기후 위기로 인한 국지성 집중호우가 일상화되면서 산림 재난의 양상도 복합적으로 변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3월, 막심한 산불 피해를 입었던 울산 울주군 온양읍과 언양읍 일대는 다가올 장마철을 앞두고 ‘산사태’라는 2차 재난의 위협 앞에 놓여 있다. 산불로 인해 산을 지탱하던 식생이 사라지고 지표면이 약화된 상태에서 쏟아지는 폭우는 언제든 대규모 인명과 재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울주군 온양읍 운화리(931㏊)와 언양읍 화장산(63㏊) 등 대형 산불 피해 지역의 현재 상태는 매우 위태롭다. 불에 탄 숲은 빗물을 머금는 ‘녹색 댐’ 기능을 상실한다. 게다가 그동안 내린 비가 토양에 누적되면서 지반은 이미 한계치에 다다랐을 가능성이 크다. 최근 울주군 누리집에 “화장산 산불로 인한 마을 산사태가 우려된다”는 주민들의 절박한 민원이 잇따르는 것은 결코 예사로 넘길 일이 아니다.
울주군이 예산 5억 6,900만 원을 투입해 사방시설을 배치하고 계류보전사업을 추진하는 등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미 지난해 3개소의 응급 복구를 마쳤고, 올해 장마 시작 전인 6월까지 나머지 3개소에 대해 사방댐 설치와 큰돌바닥깔기 등 구조물 공사를 완료하겠다는 계획은 속도감 있게 추진되어야 한다.
하지만 행정의 시선이 ‘지정된 사업 대상지’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재난은 언제나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사각지대에서 터져 나온다. 울주군은 행정안전부 및 산림청과 합동 조사를 통해 8곳의 필요지를 지정했지만, 실제 주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공포는 그보다 훨씬 넓은 지역에 퍼져 있다. 민원이 접수된 뒤에야 검토에 나서는 수동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산불 영향권에 들었던 산지 전반에 대한 입체적인 전수 조사가 필요하다.
특히 민가와 공공시설이 밀접한 생활권 인근 위험사면은 ‘과하다’ 싶을 정도로 촘촘하게 점검해야 한다. 구조물 설치 같은 하드웨어적 보강뿐만 아니라, 유사시 주민들이 즉각 대피할 수 있는 조기 경보 시스템과 대피 경로 점검 등 소프트웨어적 안전망도 다시 한번 살펴야 한다.
시민의 생명을 지키는 안전 대책에 ‘이 정도면 됐다’는 적당주의는 있을 수 없다. 장마가 시작되기 전, 단 한 곳의 사각지대도 남기지 않겠다는 각오로 현장을 살피고 또 살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