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의회가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징수법을 승인했다. 이란은 세계가 소비하는 원유의 20%가량을 적재하고 자국 영토 옆의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들을 통제하고 통과료를 강제 징수하여 낙원(Paradise)을 만들겠다는 의도에 싸여있는 듯하다.
만약 이 통행료 법이 실제로 시행된다면 한국 정유사만도 조 단위의 추가 비용부담이 증가해 산업 전반의 물가폭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란은 수에즈, 파나마 운하통과료 징수를 예시하고 있지만, 이들 운하는 해협이 아니고 인공적인 운하다. 세계 168개국이 비준한 유엔해양법협약(UNCLOS)은 모든 자연적인 해협은 인공적인 운하와 구분해 통항권(通航權)을 보장하고, 통행료 부과를 금지하고 있다.
해상운송은 전 세계 무역물류의 80%가량을 차지한다. 이 중 대부분이 말라카 해협, 지브롤터 해협 등 세계 곳곳의 초크포인트(Choke Point)인 해협들을 통과해야 한다. 요컨대 갑자기 좁아지는 병목 현상의 '초크포인트'는 물류 전략적 요충지다.
그래서 초크포인트는 게임체인저 역할을 한다. 이란이 세계 원유 해상 물동량의 20%를 차지하는 호르무즈 초크포인트 해협을 통제하면 미국 등 강대국들도 힘을 못 쓴다. 실제로 오늘 이란의 해협 봉쇄로 세계 각국은 유가 상승에 처해졌고, 이 때문에 미국(트럼프)은 전쟁 수단을 동원했다.
만약 병목 지점인 호르무즈 해협을 이란이 실제로 통제한다면 전 세계 공급망이 마비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다. 원유는 인간사회에서 절대로 필요한 물품의 원료가 돼주기 때문이다.
원유는 온도에 따라 나프타 휘발유 등유 디젤유 등을 생성해 에너지뿐만 아니라 우리가 입고 쓰는 거의 모든 물품의 원료가 돼 주고 있다.
예시하면 나프타는 21세기 '인류 문명의 세포'이다. 끓는 점<비등점>이 낮은 나프타는 석유산업 초기에는 폭발하기 쉬워 '위험한 부산물'로 취급된 바 있었지만, 20세기 화학 공학이 꽃을 피우면서부터는 이 나프타가 현대 문명을 지탱하는 귀한 것이 됐다. 인간사회에 필요한 온갖 물질이 나프타로부터 생성되기 때문이다.
나프타를 거대한 가마솥에서 섭씨 800도 이상의 초고온으로 달구면 탄소(C) 사슬이 끊어지면서 여러 기초 자재들이 쏟아진다.
여기서 나온 에틸렌은 투명랩이나 물품의 용기가 되고, 프로필렌은 배달 용기나 가전제품 외장재가 되고, 프로필렌에 파자라일렌(PX)에 공정을 더하면 폴리에스테르 섬유가 탄생한다. 이런 원유를 지금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통제하고 통행료를 받겠다는 것이다.
'호르무즈(Hormuz)'는 11~15세기까지 이란 남부지역의 작은 왕국 명칭이었다. 그때 호르무즈 왕국이 통행료를 강제 징수했다.
천연항로를 가로막고 강제 징수된 막대한 돈은 호르무즈 왕국을 사치스러운 국가, 아니 가히 지구상의 낙원을 만드는 데 사용됐다. 마르코 폴로는 그의 『동방견문록(東方見聞錄)』에서 이 호르무즈 왕국에 대해 이렇게 썼다. '인도 중국 등지에서 온 상인들이 보석 진주 비단 상아 향신료 등을 팔고 사기 위해 모여드는 세계 최고의 시장 출입구이다 …'
당시 호르무즈 왕국은 이곳을 통과하는 모든 선박에 통행세를 부과하여 막대한 돈을 쓸어 담은 것이다. 그리고 극도로 사치스러운 세상낙원을 만들고 향락을 펼쳤다. 이런 왕국을 유럽 열강이 가만히 둘리 없었다. 마침내 1507년 포르투갈 알부케르크 해군 제독이 함대를 이끌고 와서 호르무즈 왕국을 정복해 버렸다.
20세기!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원유가 발견되자 이 해협 통과의 통제적가치(統制的價値)가 다시 발작됐다. 총길이 167km, 폭 34~54km인 좁은 해협이지만, 이 해협을 통해 하루 세계 원유 1일 소비량 20%가량의 2,100만 배럴이 통과하기 때문이다.
20세기 미국 에너지 안보 전문가 유반(Youvan·1955)은 『제국의 숨통』이란 그의 저서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세계 경제가 숨을 쉬는 가느다란 빨대'라고 비유했다. 그런데 오늘 이란이 유반이 지적한 대로, 이 가느다란 빨대를 통제하고 15세기 호르무즈 왕국과 같이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돈을 마구 빨아들이려 하는 것이다.
17세기 영국 시인이자 정치가인 존 밀턴(John Milton·1608~1674)은 그의 유명한 서사시 『실낙원(Paradise Lost·잃어버린 낙원)』에서 호르무즈 왕국을 "그 화려함이 인도의 부(富)를 능가한다…", 호르무즈 해협에 대해서는 "악마 왕자가 앉아 있는 좌석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호르무즈 왕국을 타락한 아담과 하와가 에덴동산에서 쫓겨나는 모습에 빗대는 그림을 그그렸다. 아! 그런데 이 서사시가 읊은 대로 오늘 이란이 그 옛날 호르무즈 왕국처럼 실낙원(失樂園)을 이룩하려고 호르무즈 해협에 통제를 가하고 통과세를 강제 징수하여 국가 간에 분쟁을 일으키고 있다.
역사적으로 국가들 간의 분쟁은 제3의 미래를 탄생시키기 위한 고통스러운 잉태의 과정이기도 했다.
그래서 국가 간의 분쟁은 사실 이윤과 공익을 동시에 추구하는 관계경제(relational economy)였고, 그것이 국가 발전사이기도 하다. 그러나 오늘 이란에 의한 호르무즈 통제는 호르무즈 왕국이 재현될 것 같아 주시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이제 원유 수입 다변화에 나서야 한다. 그리고 전체 수입의 약 62%를 차지하는 호르무즈 해협통과 원유도입은 가능한 한 낮춰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