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뽀정’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정명희 작가는 올해 여든이다. 하지만 그의 일상은 여전히 분주하다. 매주 목요일이면 울산대학교 평생교육원으로 향해 수업을 듣고, 작업을 하고, 동료들과 점심과 차를 나누며 하루를 보낸다. 그는 “목요일마다 학교에 가야 한다는 긴장감이 삶의 활력이 된다”라고 말했다.
정 작가는 이달 5일부터 11일까지 울산문화예술회관 4전시실에서 제3회 개인전 ‘팔십 뽀뽀정의 사랑노뤼’를 선보였다. 2016년 칠순에 울산문화예술회관에서 첫 개인전, 2021년 부산 리빈갤러리에서 두 번째 개인전을 가진 데 이어 5년 만의 세 번째 전시다.
부산 영도에서 태어난 정 작가는 울산 출신 부모를 뒀다. 1974년 남편이 현대중공업에 입사하면서 울산에 정착했다. 연세대 주생활학과를 졸업한 그는 학교에서 주택설계, 실내장식, 가구설계 등 공간과 재료를 다루는 공부를 했다. 이런 이력은 지금의 작업에도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정 작가는 예순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그림에 몰입했다. 자녀들을 키운 뒤 집 근처 문화센터에서 유화를 배우다 울산대 평생교육원에서 현대미술을 접하며 새로운 재미를 느꼈다. 그는 “유화는 사진을 보고 그리는 데서 답답함이 있었는데, 현대미술은 재료도 다양하고 표현 방식도 훨씬 자유로워 좋았다”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정 작가가 학교를 놓지 못하는 이유는 ‘사람’이다. 교실에서는 4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세대가 친구처럼 어울린다. 그는 “학교 안 왔으면 어떻게 이렇게 폭넓은 친구들을 사귀겠느냐?”라며 “수업 끝나고 같이 점심 먹고 차 마시며 이야기하는 시간이 제일 좋다”라고 했다.
남편의 응원도 큰 힘이다. 작품을 옮겨주고 학교까지 데려다주는 등 묵묵히 곁을 지킨다. 정 작가는 “집안일은 잘 못 해도 작품 운송은 정말 잘 도와준다”라며 웃었다.
정명희 작가에게 그림은 취미를 넘어 삶의 리듬이다. 나이가 들수록 모임은 하나둘 줄어들지만, 그는 여전히 교실과 작업실, 전시장을 오가며 새로운 하루를 만든다. “소파지기로 지내기 쉬운 나이”라고 말하면서도, 그는 그림 덕분에 오늘도 몸을 일으킨다. 여든의 작가가 ‘사랑노뤼’라 이름 붙인 이유도 결국 여기에 있다.
정 작가는 2009년부터 울산대학교 평생교육원 현대미술실기 과정을 수강하며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현재 울산미술협회 회원, 국제현대미술협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