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울산 남구의 한 아파트에서 ‘24인승 어린이 통학 차량 진입’을 놓고 주민들이 갈등을 빚고 있다고 한다. 입주자대표회의가 안전과 교통 정체를 이유로 대형 통학 차량의 출입을 막아서자, 학부모들은 아이들을 위험한 단지 밖 도로로 내몰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는 것이다. 울산에서 발생한 아파트 단지내 어린이 사망사고에도 불구하고, 법적 제도와 행정의 사각지대가 여전히 존재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현행 대통령령인「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은 500세대 이상 대단지(신축)에만 어린이 승하차 구역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이번에 논란이 된 아파트는 이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로 안전 시설 확보 의무에서 제외돼 있다. 아이들의 생명 안전이 거주하는 아파트의 규모나 세대수에 따라 등급이 매겨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자체의 소극적인 태도 역시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남구청은 "공동주택 내부 도로는 자치 관리 사항이라 강제할 수단이 없다"며 한발 물러 서 있다. 하지만 단지 내 진입을 막았을 때 아이들이 승하차해야 하는 단지 밖 도로는 불법 주정차와 빠른 차량 속도로 인해 사고 위험이 배가되는 곳이다. 단지 안의 위험을 단지 밖 공공 도로로 떠넘기는 ‘위험의 전이’에 불과한 것이다. 행정이 ‘자치’라는 명분 뒤에 숨을 것이 아니라, 어린이들이 안전을 보장하는 통학로 확보라는 공공적 성격을 지니는 사안인 만큼 단순한 중재자가 아니라 적극적인 개입자로 나서야 한다.
대구 수성구와 경기 안양시 등 일부 자자체에서는 이미 ‘어린이 통학 안전 조례’를 강화해 법적 의무 설치 대상이 아닌 소규모·노후 단지라도 단지 내 승하차 구역을 조성할 경우, 공동주택 지원금을 우선 배정하거나 기술적 설계를 지원하는 실질적인 유인책이시행하고 있다. 특히 회차 공간이 부족한 단지라면 인근 보도나 유휴 부지를 활용해 안전한 승하차 지점을 만들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남구는 아파트 입주민 간의 갈등이 소송이나 물리적 충돌로 번지기 전에 최적의 어린이 안전 동선을 제안하는 중재에 나서길 바란다. 아울러 울산시와 각 구군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관내 모든 아파트 단지의 통학 환경을 전수 조사하고, ‘500세대’라는 법적 한계를 뛰어넘는 적극적인 안전 대책을 수립하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