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정 뉴스룸 차장
강은정 뉴스룸 차장
정치권에서 위기 국면일수록 결국 결집력이 승패를 좌우한다는 오랜 공식이 6.3 지방선거를 앞둔 울산시장 선거판에서도 재현되는 분위기다. 한쪽 진영은 승리를 위해 일정 부분 양보를 감수한 ‘덧셈의 연대’를 택한 반면 다른 한쪽은 여전히 명분과 자존심 사이에서 접점을 찾지 못한 채 지지층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상욱 후보와 진보당 김종훈 후보가 전격 단일화에 합의하면서 울산 선거 구도는 크게 흔들리고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김종훈 후보의 선택이다. 그는 진보 진영 내에서 꾸준한 지지 기반을 확보해 온 정치인으로 각종 여론조사에서 10% 안팎의 존재감을 보여왔던 만큼 독자 완주 명분 역시 충분했다. 그럼에도 김 후보는 민주진보 진영 승리라는 더 큰 목표를 앞세워 단일화 협상 테이블에 올랐다. 결과를 떠나 적어도 지지층 결집과 전략적 선택이라는 측면에서는 분명한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선거에서 단일화는 늘 잡음과 반발을 동반하지만 이번 민주진보 진영의 움직임은 이길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정치적 판단이 깔려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보수 진영은 아직 셈법이 복잡하다. 국민의힘과 무소속 박맹우 후보 간 갈등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박 후보가 공천 과정에서의 이견과 독자 출마까지 복잡한 사정을 안고 있으며 끝까지 유권자의 선택을 받겠다는 입장도 정치적으로 단순히 무시하기 어려운 맥락이 있다. 수십년간 울산 정치의 한 축을 담당해온 인물인 만큼 그의 완주 의지를 단순히 고집으로만 치부하기도 쉽지 않다.

그러나 선거는 감정이 아닌 냉혹한 숫자로 증명되는 전장이다. 최근 발표된 일부 여론조사에서 박 후보의 지지율은 한 자릿수대에 갇혀 있다. 냉정하게 말해 이 수치로 판세를 뒤집고 독자 승리를 거두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반면 보수 표심을 분산시켜 안방을 통째로 내어주게 만드는 결정적 캐스팅보트가 되기에는 차고 넘치는 파괴력이다. 바로 이 지점이 지역 보수 유권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대목이자 박 후보의 완주가 진영 분열의 자충수라는 비판을 피하기 힘든 이유다.

정치에서 단일화는 언제나 어려운 결단이다. 누군가는 자리를 양보해야 하고, 누군가는 자존심을 접어야 한다. 어느 쪽의 선택이 옳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정치인은 결국 자신이 남긴 결과로 평가 받는다.

이제 선택의 주사위는 던져졌다. 한자릿수대 지지율을 끌고가며 자신의 정치적 존재감을 증명하는 길을 갈 것인가, 아니면 선거판의 대세를 읽고 대안적 결단으로 진영의 돌파구를 열어줄 것인가. 박 후보의 관록과 정무적 판단이 울산의 미래를 향한 결단으로 이어질지, 보수 지지층은 물론 울산 시민 전체가 그의 마지막 선택을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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