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6·3 울산광역시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유아교육 현장의 목소리를 전하고자 한다. 울산은 최근 전국 최초로 만 3~5세 전 연령 무상교육을 실현하며 의미 있는 발걸음을 내디뎠다. 학부모 부담이 월 8만원에서 14만원가량 경감된 점은 분명 환영할 만한 성과다.
그러나 현장에서 체감하는 현실은 기대와 다소 거리가 있다. 현재의 무상교육은 실질적인 교육비 확대라기보다, 기존에 지원되던 학급운영비와 시설비 등을 포함해 재구성된 측면이 크다. 그나마 올해 7세만 42,000원 추가로 확대된 재정은 제한적이며, 여전히 표준교육비 수준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무상’이라는 이름과 달리 교육의 질을 유지하기에는 부족한 구조가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재정 구조 속에서 가장 먼저 흔들리는 것은 교육의 질이다. 유아들에게 제공되는 교재와 교구, 교육활동의 다양성, 교사의 처우와 근무 여건까지 전반적인 교육 환경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저출생으로 인해 원아 수가 감소하면서 폐원을 고민하는 사립유치원이 늘어나고 있으며, 상당수 기관이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과거에는 운영비가 부족할 경우 일정 부분 수익자 부담을 통해 보완할 수 있었지만, 현재의 무상교육 체계에서는 이러한 자율적 조정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 결과, 표준교육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지원금으로 운영을 이어가야 하는 구조적 한계에 직면해 있다. 이는 결국 유아와 교사 모두에게 부담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제는 ‘형식적 무상교육’을 넘어 ‘실질적 무상교육’으로 나아가야 할 시점이다. 무엇보다 표준교육비 수준에 근접하는 재정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 또한 급식비는 인건비와 시설비와 분리해 안정적으로 지원돼야 하며, 공립유치원과 사립유치원 간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정책적 보완도 시급하다. 더불어 돌봄과 교육을 담당하는 교사들이 안정적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인력 지원과 휴게 여건 개선 역시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사립유치원은 오랜 시간 공교육의 한 축으로서 국가의 유아교육을 함께 책임져 왔다. 공립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에서 민간의 자원을 통해 교육의 공백을 메워온 것이다. 이제는 이러한 역할과 기여에 걸맞은 정책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울산의 모든 유아는 출발선에서부터 평등한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 진정한 무상교육은 단순히 비용 부담을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교육의 질까지 함께 보장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 이번 교육감 선거가 ‘보여주기식 정책’이 아닌,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실질적인 변화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며, 새로 당선되실 교육감님께 진짜 무상교육 실현을 위한 5가지로 정리해 정책적 제안을 드리고자 한다.
이를 위해 몇 가지 정책적 전환이 필요하다.
첫째, 인건비 상승, 물가 상승을 반영한 표준교육비 수준에 근접하도록 지원 단가를 현실화해야 한다.
둘째, 급식비는 급식소모품비와 유아들의 건강을 위한 시설비와 분리해 안정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셋째, 공립과 사립 간 재정 및 교사 처우 격차를 줄이기 위한 실질적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넷째, 저출생 시대에 대응한 유치원 운영 안정화 정책이 필요하다.
다섯째, 교사의 근무 여건 개선과 돌봄 및 행정 인력 지원 확대를 통해 교육의 질을 향상해야 한다.
유아교육은 단순한 교육과 보육이 아니라 국가의 미래를 설계하는 출발점이다. 지금의 선택이 10년, 20년 뒤 사회의 모습으로 이어진다. 그렇기에 ‘무상’이라는 이름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용’이다.
‘교육의 수준이 그 도시 나라의 수준’이다. 울산의 모든 아이가 어떤 환경에서도 차별 없이 질 높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그리고 현장의 교육기관이 지속 가능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보다 정교한 정책 설계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 라고 말한 로버트 폴검이 생각난다. 무상교육은 출발점일 뿐이다. 이제는 그 내용을 차곡차곡 채워야 할 때다. 변외식 전 남구의회 의장·전 울산과학대 유아교육과 겸임교수·강남새싹유치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