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업탑이 올해 안으로 철거될 예정이란다. 수소트램 설치 공사 구간 안에 위치하고 있어 부득이 자리를 비워야 할 사정이 생긴 것이다. 공업도시 울산을 상징하는 탑이기에 없애지 않고 대공원 내에 복원한다. 기존 공업탑의 정체성과 형태는 유지하되 울산대공원의 자연환경과 어우러지는 현대적인 감각을 더해 2027년까지 재건립한다는 목표로 진행되고 있다. 울산의 공업탑로타리는 또 다른 시대정신을 담고 있다. 서울의 삼각지가 전후 세대의 애환을 상징하고, 부산의 서면이 피란과 상업의 활기를 상징한다면, 울산 공업탑로터리는 산업화의 상징이다.
현대자동차가 자리한 염포는 바닷물로 소금을 생산하던 곳이다. 방어진과 장생포, 반구대 암각화 등의 이름을 비춰보면 울산은 어촌과 농촌이 공존하던 작은 지방 도시였다. 그러나 1960년대 이후 국가 산업화 정책 속에서 급격히 변모했다. 현대중공업과 자동차 공장, 석유화학단지가 들어서며 울산은 대한민국 산업수도가 됐다. 그리고 그 상징처럼 세워진 것이 바로 공업탑이다. 울산공단이 조성되고 인구가 불어나자 도시계획에 따라 도로를 확장하고 로터리를 설치했다. 자연히 로터리 주변이 활기를 띠게 됐다. 새벽이면 작업복 차림의 노동자들이 버스를 타기 위해 모여들었고, 취업 기회를 잡으려는 사람들과 공장 불빛을 실은 차량들이 끊임없이 오갔다. 기사식당과 여인숙, 다방과 같은 상업시설도 함께 들어서게 돼 명실상부한 울산의 중심지가 됐다.
로터리에 접한 ‘원다방’은 특히 유명했다. 유명 인사들의 만남과 거래의 장소가 되기도 했지만 타지에서 오는 사람들이 쉽게 찾아올 수 있어 약속의 장소가 됐다. 사업차 만나거나 처녀 총각이 선보는 장소 역할도 했다. 오늘날 대한민국이 산업국가로 성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울산 노동자들의 노력이 있었다. 밤낮없이 공장을 지키던 사람들, 위험한 현장에서 일하던 기술자들, 바다 위 조선소에서 거센 바람을 견디던 노동자들의 삶이 공업탑로타리의 역사 속에 남아 있다.
서울의 삼각지로타리(1967-1994), 부산의 서면로타리, 그리고 울산의 공업탑로터리는 각기 다른 도시의 풍경 속에 자리하고 있었지만, 모두 한 시대의 상징이었다. 그곳에는 단순한 교통체계 이상의 의미가 있으니 사람들의 젊은 날과 산업화의 숨결, 가난했던 시절의 희망과 분주한 삶이 함께 어우러져 있었다.
'로터리’하 면 갸수 배호의 대표곡 ‘돌아가는 삼각지’를 떠올릴 수 있다. 서울 용산의 대표적인 교통 요충지이자, 오래된 서울의 기억이 서린 장소다. 이름 그대로 세 갈래 길이 만나는 지형 때문에 ‘삼각지’라 불렸고, 한강과 남대문, 이태원 방향으로 길이 뻗어 나가던 중요한 길목이었다. 특히 1960~70년대에는 서울 근대화의 상징 같은 공간이었다. 로터리를 중심으로 버스와 전차, 사람들이 뒤섞이며 서울의 숨결이 모이던 곳이었고 군부대와 가까워 군인들의 왕래가 많았고, 서민들의 애환이 깃든 식당과 술집, 다방들이 즐비했다고 한다
6·25 동란 때 피난지였던 부산의 서면 로터리는 또 다른 의미를 지닌다. 부산은 항구도시답게 늘 사람들로 붐볐다. 피란민들이 몰려왔던 한국전쟁 시기 이후 부산은 대한민국 제2의 도시로 성장했고, 그 중심에 서면이 있었다. 서면 로터리 역시 단순한 교차로가 아니라 부산 사람들의 약속 장소였다. “서면 로터리에서 만나자”는 말 한마디면 족했다, 학생들은 그곳에서 친구를 만났고, 연인들은 극장과 다방을 찾아 걸었다. 회사원들은 퇴근 후 선술집에서 하루의 피로를 풀기도 했던 곳이지만 1981년 7월에 철거돼 부산박물관 옥외 전시장에 이전됐다.
대도시의 로터리가 사라지는 대신 교외 한가한 시골 도로에 작은 로터리가 생겨났다. 차량 왕래가 빈번하지 않아 방심하기 쉬운 교차로에 작은 로터리를 조성해 차량의 흐름을 원활하게 할 뿐만 아니라 교통사고를 예방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내가 사는 마을 상북면 덕현리에도 작은 로터리가 3곳이나 설치돼 있어 시골에서도 도시같은 느낌을 준다. 결과적으로 교차로의 사고를 확실히 줄인 것 같고 흐름도 더 편해진 것같아 참 고맙게 생각한다.
로터리가 인간과 인간의 부딪히는 길에도 설치되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6·3 지방선거철이라 서로의 감정이 극한 긴장감으로 가득하다. 감정의 흐름을 원할히 할 수 있는 감정조절 로터리가 설치될 수 있다면 선거가 끝난 뒤에도 별 소란이 없이 지나가리라. 남진석
광복회 울산시지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