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 표지 하나 없는데…주차까지 빼곡
26일 오전 11시께 찾은 울산 중구 태화동 110-13번지 고지배수터널 공사현장 일원. 고지대 위 건물을 받쳐주기 위해 동강병원인근부터 동쪽으로 이어지는 옹벽이 끝나는 지점에는 툭 튀어나온 암반이 보행로와 불과 2~3m 간격을 두고 서 있었다.
직각이라 봐도 무방할 정도로 곧게 솟아있는 이 암반은 곳곳에 깨지고 부서진 흔적이 역력했다. 암반 아래에도 크고 작은 돌조각이 이리저리 흩어져 있어 낙석이 자주 발생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낙석을 방지하기 위해 쳐둔 그물망은 빈틈이 많고, 아예 없는 곳도 많아 낙석을 막기 어려워 보였다. 위험 표지도 하나 없는 이곳에 심지어 간이주차장이 돼 차들이 빽빽히 주차돼 있었다.
실제로 지난 16일 오후 2시 50분께에 이 암반에서 돌이 떨어져 인근에 주차해둔 차량과 운전자가 다칠 뻔하기도 했다. 관할 구청인 중구에서 사고 직후 암반 일대에 임시로 안전 펜스를 쳐둔 상태다.
취재진이 암반 위 급경사지를 올라가 보니 사이사이에 파, 마늘, 상추 등 각종 작물들이 심어져 있었다. 상단에는 누군가가 만든 농막이 지어져 있었고, 물과 전기까지 끌어다 쓰는 듯 싱크대와 콘센트까지 설치돼 있었다.
#불법경작·농막까지 겹쳐 붕괴 위험 ↑
확인 결과 해당 시설물과 경작 행위 모두 불법이었다. 인근 고지배수터널 공사가 지난해 중단된 후 땅주인인 B 씨가 구청에 산지전용허가도 받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경작을 한 것. 이를 두고 인근 주민들은 사고 위험이 크다며 빠른 조치가 필요하다 입을 모았다.
인근의 한 상점 주인 A 씨는 “비가 오거나 날씨가 추웠다가 따뜻해지면 간간히 돌조각이 떨어진다. 여기에 최근 몇년 사이 일대 땅주인이 경작을 하겠다고 나무를 베고 고랑과 밭을 일구면서 낙석이나 토사 유출이 심해진 것 같다”며 “장마철에 비가 많이 오면 농막이나 물탱크가 토사에 실려 사람들을 덮치면 어쩌나 하는 우려도 든다”라고 전했다.
중구는 낙석이 발생한 암반 구간을 포함한 주변 일대를 급경사지로 지정할 방침이다. 급경사지로 지정될 경우 정밀안전점검과 붕괴 위험도 평가, 안전시설 설치 등의 후속 조치가 가능해진다.
또 불법 시설물과 경작에 대해선 행정처분과 함께 원상복구명령을 내린 상태다.
중구 관계자는 “낙석 위험과 보행자 안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적절한 안전 조치를 하겠다”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