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 당일 전국을 뒤흔든 사상 초유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 가 울산 지역에서도 발생했다고 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전국 50개 투표소에서 용지 부족 현상이 발생했으며, 울산 역시 중구, 남구, 북구 등 3개 구 투표소에 투표용지가 긴급 추가 배부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북구와 남구 각각 1곳의 투표소에서는 투표용지가 일시적으로 완전히 바닥나는 실제 부족 사태가 발생해 현장에서 거센 항의와 혼란이 이어졌다고 한다.
선관위는 대기하던 유권자가 투표를 못 하고 발길을 돌린 사례는 없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민주주의의 꽃이자 기본인 선거에서 유권자가 투표용지가 없어 발을 동동 구르는 사태가 발생한 것 자체가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행정 실수로 치부할 수 없다.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신성한 참정권을 심각하게 훼손한 중차대한 문제다. 오죽하면 울산대학교 총학생회와 UNIST가 포함된 한국대학 총학생회 공동포럼 등 지역 청년·대학가를 중심으로 선관위를 규탄하는 성명이 빗발치겠는가. 이들은 투표용지 산정과 배부, 추가 공급 등 전 과정의 철저한 조사와 투명한 공개, 그리고 비상 대응 매뉴얼의 적정성 점검을 요구하고 있다. 참정권 침해에 대한 학생들의 분노와 선거 신뢰도에 대한 의문은 지극히 당연한 반응이다.
초유의 사태에 책임을 지고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과 허철훈 사무총장이 전격 사의를 표명했지만, 고위직 몇 명의 사퇴로 구렁이 담 넘어가듯 끝낼 일이 결코 아니다. 선관위는 울산 지역을 비롯해 전국에서 발생한 투표 지연과 포기자 등 구체적인 피해 실태를 전수조사해 명확히 밝혀야 한다. 아울러 투표용지 인쇄 매수 산정 기준을 전면 재검토하고, 예측 실패 시 가동할 비상 공급 체계 등 실효성 있는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부실한 선거 관리로 국민의 참정권을 흔들고 국가적 혼란을 자초한 원인은 낱낱이 규명되어야 하며, 관련자들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선거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생명으로 삼아야 할 선관위가 신뢰를 잃으면 민주주의의 근간이 흔들린다. 선관위는 이번 사태를 뼈저리게 반성하고, 바닥으로 추락한 선거 행정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쇄신에 가용한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