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하던 전 여자친구를 찾아가 흉기로 수십 차례 찔러 살해하려 한 30대 남성에게 항소심 재판부도 원심과 같은 징역 22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부산고법 울산재판부 형사1부가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장형준(34)에 대한 항소심에서 심신미약과 양형부당을 주장한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하고 중형을 유지한 것은, 최근 급증하는 교제폭력에 경종을 울리는 사법부의 단호하고 당연한 결단으로 여겨진다.
이번 판결은 교제폭력을 연인 간의 우발적인 갈등이나 '사생활'의 영역으로 치부하던 과거의 온정주의적 시선에서 완전히 벗어났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재판부 역시 이번에 선고된 양형이 일반적인 살인미수 사건보다 높은 편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감금과 폭행, 스토킹을 거쳐 살인미수로 이어진 범행의 잔혹성과 치밀한 사전 계획성을 고려할 때 장기간의 사회적 격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가해자가 저지른 범행의 '악질적 계획성'이다. 장 씨는 범행 전 한 달 동안 인터넷에 '여자친구 살인', '우발적 살인형량' 등을 검색하며 감형 조건까지 치밀하게 저울질했고, 열흘간 다섯 차례나 범행 장소를 답사했다. 이는 단순한 충동적 범행이 아니라, 법망을 피해가며 상대의 생명을 앗아가려 한 잔혹한 확신범의 행태다. 사법부가 이러한 가해자의 '심신미약' 꼼수를 단호히 배격하고, 친밀했던 관계와 그 과정에서 얻은 사생활 정보를 범죄수단으로 악용한 점을 무겁게 받아들인 것은 매우 엄정하고 올바른 법 집행이다.
여전히 우리 사법 체계에는 교제폭력을 전담 처벌할 단일 특별법이 없고, 단순 폭행의 경우 '반의사불벌죄' 조항에 묶여 가해자가 합의를 종용하며 2차 보복으로 이어지는 법리적 한계가 존재한다. 이 때문에 수많은 교제폭력 피해자들이 보복의 공포 속에서 신음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공백 속에서 일선 재판부가 기존 형법상의 가중 인자를 적극적으로 반영해 '살인미수 사건에 징역 22년'이라는 이례적인 중형을 선고한 것은, 사법부가 가진 재량권 안에서 피해자를 보호하고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법원은 '계획된 교제폭력과 스토킹은 곧 파멸'이라는 엄중한 사법 기조를 앞으로도 더욱 굳건히 유지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처벌의 사각지대를 완전히 없앨 '교제폭력 처벌법' 제정도 속도를 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