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9일 예정된 종전 양해각서(MOU) 서명을 계기로 호르무즈 해협이 개방될 거라는 소식에 한때 배럴당 100달러선을 넘나들던 국제유가도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다만 전쟁으로 인한 상흔은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우려된다. 훼손된 생산시설 복구와 공급망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시차가 불가피한데다, 고환율까지 겹치면서 국내 물가 부담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다.
#유가 진정세 불구 공급 정상화까지 ‘최대 2년’
미국과 이란이 종전 MOU 서명 계획을 밝힌 15일 브렌트유는 배럴당 84달러,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81달러 선까지 떨어졌다. 불확실성 완화로 단기적으로 유가가 하락한 거다.
하지만 전쟁 과정에서 피해를 본 중동 산유국 생산시설이 재가동되고 물류망이 정상화되기까지는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2년 가까이 걸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연내 국제유가가 전쟁 이전 수준인 배럴당 60달러대로 복귀하기는 쉽지 않을 거란 의미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휴전 또는 종전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당분간 배럴당 90달러 이상의 고유가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유가 내려도 체감물가 부담 지속…고환율 압박도
국제유가 상승세가 다소 꺾이더라도 국내 물가 압력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유가 급등 영향이 생산자물가와 수입 물가를 거쳐 소비자물가에 시차를 두고 반영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로 치솟으면서 유가 안정에 따른 수입단가 하락 효과마저 상당 부분 상쇄되고 있다.
중동전쟁 리스크가 빠지면 외환시장이 안정될 거란 기대는 나오지만 원화 약세가 이어질 경우 에너지·원자재 가격 부담이 다시 소비자물가로 전이될 가능성이 높다.
유가와 환율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면서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인상을 거듭 예고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연내 2회 이상 금리 인상 가능성이 거론된다. 당장 7월 ‘빅스텝’(0.50%포인트 인상), 또는 7·8월 연속 인상 이야기도 나온다.
금리를 인상하면 가계 이자 비용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투자 여력이 취약한 중소·영세기업의 경영 부담도 커질 수 있다.
#종전에도 성장률 반등 제한적…‘최고가격제 정상화’ 제안도
호르무즈 해협 통행 정상화가 이뤄져도 하반기 한국 경제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28일 수정경제전망을 발표하며 미국과 이란 협상이 타결되고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빠르게 재개되는 경우에는 올해와 내년 성장률이 기본 전망보다 각각 0.1%p씩 높아지고 물가상승률은 올해 0.2%p, 내년 0.3%p씩 하락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런 가운데 중동 전쟁이 종전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지난 3월 13일 도입 이후 3개월 넘게 시행 중인 석유 최고가격제 종료 시점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유가 안정 계기가 생겼으니 정부의 시장 개입 조치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석유 최고가격제가 석 달 넘게 유지되면서 시장 가격 기능이 왜곡되고, 정유업계의 누적 손실 규모가 약 4조원을 넘어섰다는 분석도 있다.
앞서 산업부는 출구 전략과 관련해 △전쟁 종료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 △국제유가 90달러대 안착 등의 조건들이 충족되면 제도를 종료할 수 있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정부는 아직은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진행 과정을 좀 더 지켜본 뒤에 석유 최고가격제 종료 시점을 논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양기욱 실장은 “오는 19일 종전 서명식과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 최고가격제를 종료했을 때 국내 석유가격에 대한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라며 “종전 진행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석유 최고가격제 장기화에 따른 정유업계의 손실을 보전하기 위한 고시 제정을 이번 주 내에 마무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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