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이 오는 19일 종전 양해각서(MOU) 서명과 함께 호르무즈 해협의 재개방을 예고했다. 그동안 원자재 가격 폭등과 물류 마비라는 이중고를 겪어온 정유·석유화학·조선·자동차 등 울산의 주력 산업계로서는 경영 환경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울산상공회의소를 비롯한 지역 경제계가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힌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종전’이 곧바로 지역 경제의 장밋빛 미래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냉혹한 실물 경제의 지표들을 뜯어보면, 이제부터가 진짜 정교한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전쟁의 상흔은 깊고, 공급망의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시차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우선 ‘유가 하락’이 곧바로 ‘원유 수급 안정’으로 직결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 매설한 기뢰 제거 작업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데다, 유조선이 중동을 오가는 물리적 거리 등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중동산 원유 도입까지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2년까지 걸릴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내수 경제와 기업 경영을 압박하는 ‘고물가·고환율·고금리’의 3고(高) 불씨도 여전하다. 국제유가가 내림세를 보이더라도 그간의 고유가 충격이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되고 있으며,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 안팎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어 유가 안정 효과를 상쇄하고 있다.

정부 정책의 출구 전략과 맞물린 시장 변화에도 기민하게 대응해야 한다. 석 달 넘게 유지된 ‘석유 최고가격제’는 국내 물가 상승 압력을 낮추는 방패막이 장치였으나, 정유업계에 4조원이 넘는 누적 손실을 안기며 시장 왜곡을 낳았다. 정부가 제도 종료 시점을 저울질하는 가운데, 그동안 억눌러왔던 유종별 인상 억제분이 일시에 반영되면 단기적인 가격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

중동 종전은 울산 경제에 분명 커다란 기회이자 호재다. 하지만 막연한 낙관론에 기대어 고삐를 풀게 아니라, ‘포스트 중동’ 시대를 대비한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꼼꼼하게 짜야 할 때다. 지역 기업들은 공급망 다변화 기조를 유지하면서 원가 절감과 대외 경쟁력 제고에 고삐를 죄어야 하고, 지자체와 상공회의소 등 유관기관은 국제 정세와 정부의 정책 변화를 면밀히 모니터링해 맞춤형 지원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철저하게 준비된 전략만이 다가올 평화의 배당금을 온전히 지역 경제의 성장 동력으로 전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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