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울산의 한 주요 산업계 관계자는 현대자동차 하청노조의 교섭요구 사실 인정 판정과 관련해 이러한 입장을 전했다. 지역사회에서는 이번 결정이 ‘일부 사용자성 인정’에 불과하더라도 산업 현장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의문이 제기된다.
이날 울산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에 따르면 지노위는 전국금속노조 소속 현대차 하청노조 10개 지회가 현대자동차를 상대로 낸 교섭요구 사실 시정 신청을 지난 15일 ‘인정’으로 판정했다. 이번 사건은 지노위가 지난달 20일부터 모두 ‘세 차례’에 걸쳐 심문을 진행한 지역 첫 사례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다만 지노위가 △생산 △미화·보안 △구내식당 △판매 분야와 임금·안전관리 등 모든 사안에 대해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한 것은 아니다.
지노위 관계자는 “현대차 하청노조 판결과 관련해 억측이 쏟아지고 있지만, 모든 근로자와 안전 책임 등에 대해 원청 사용자성 지위를 인정한 것은 아니다”라며 “노란봉투법 판정 관련해 중대한 사안이기에, 별도 발표를 중앙노동위원회와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지노위가 직접 판정 취지를 설명하고 나선 것은 이번 사안이 단순한 노동권 확대 논란을 넘어 제조업 현장의 원·하청 관계와 노무관리 체계 변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같은 날 중앙노동위원회가 한화오션 급식 담당 하청 노동자에 대해서도 원청의 교섭 의무를 인정하면서 산업계의 긴장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산업계는 이러한 판단이 확대될 경우 현대차를 넘어 조선·석유화학 등 울산 주력산업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울산에는 현대자동차, HD현대중공업, SK에너지, S-OIL, 고려아연 등 대규모 원·하청 구조를 가진 사업장이 밀집해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단순히 교섭 횟수가 늘어나는 것을 넘어 노무관리 체계 전반에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제조업 특성상 원청은 안전관리와 품질관리, 생산 일정 등을 관리할 수밖에 없는데, 이러한 관여가 사용자성 판단 근거로 폭넓게 인정될 경우 업무 지시 방식과 도급 계약 구조를 재검토해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향후 노동위원회와 법원 판단이 누적될 경우 중복 교섭 요구가 잇따를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원청 입장에서는 고민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안전관리 책임 강화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산업안전보건법상 요구되는 안전 조치까지 하청 노동자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라며 “반대로 관리를 소극적으로 한다면 사고 예방 책임 등에 대한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노동자를 위한 판단이, 결국 인력 운용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반면 금속노조는 “지노위의 이번 판단이 일부 인정에 그친다면 모든 하청 노동자의 교섭권 보장을 위해 집회 등 투쟁 수위를 높일 것”이라고 선언했다.
실제 금속노조는 판정일인 15일 오후 1시부터 오후 8시까지 울산지방노동위원회 안팎에서 집회와 심판회의실 점거를 하기도 했다. 경찰은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최대 80여 명의 인원을 배치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