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남구가 마침내 정부로부터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으로 최종 지정되었다. 중국과 중동발 공급과잉, 글로벌 수요 감소, 그리고 나프타 수급 차질이라는 삼중고(三重苦) 속에서 생산량과 고용률 감소, 지자체 재정 악화로 신음하던 지역 경제에 가뭄의 단비 같은 소식이다. 울산시와 남구, 지역 정치권이 총 4,090억원 규모의 패키지 지원안을 들고 정부 부처를 부단히 설득해 온 노력의 결실을 본 것이다.
이번 지정으로 향후 2년간 울산 남구의 석유화학 대기업과 협력업체들은 긴급경영안정자금 지원, 지방투자촉진보조금 확대, 정책금융 만기 연장 등 강력한 금융·재정적 우대를 받게 된다. 대기업의 설비투자 지원 비율이 최대 12%로 상향되고, 중소기업의 입지·설비 지원이 대폭 우대되는 조치는 얼어붙은 투자 심리를 깨우는 데 실질적인 동력이 될 것이다. 울산 석유화학산업의 85% 이상이 남구에 밀집해 있고, 남구 제조업 생산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이번 조치는 울산 경제 전반의 붕괴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벽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번 지정은 ‘마중물’에 불과하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과거 수많은 위기지역 지정 사례에서 보듯, 정책의 타이밍을 놓치거나 서류상의 지원에 그친다면 백약이 무효하다. 지금 석유화학 업계가 겪는 고통은 일시적인 경기 변동이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따른 ‘구조적 위기’다. 따라서 이번 지원은 당장의 도산을 막는 긴급 수혈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기업들이 친환경·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체질을 바꾸고, 사업재편을 원활히 추진할 수 있도록 R&D(연구개발)와 사업화 지원에 예산이 정밀하게 투입돼야 한다.
아울러 지역 하도급 중소 협력업체들과 소상공인, 그리고 현장 근로자들에게 온기가 제대로 전달되는지가 실효성을 가르는 핵심 기준이 될 것이다. 정부와 울산시가 긴밀한 공조를 통해 금융 우대 조치와 정책 자금이 현장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철저히 모니터링해야 할 것이다.
울산시는 행정 역량을 총동원해 확보한 국비 사업들을 신속하게 현장에 안착시켜야 할 것이다. 정부도 속도감있게 과감하고도 실효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 울산 석유화학산업이 구조적 위기를 뚫고 지속 가능한 미래 성장 동력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