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육상연맹이 학교 육상 전문 지도자들과의 갈등을 이유로 지역 초·중·고등학교 육상부에 대한 지원을 전면 중단했다는 소식은 귀를 의심케 한다. 연맹은 지난 15일부터 울산 지역 9개 학교, 91명의 학생 선수를 대상으로 육상 트랙 사용, 훈련 장비 대여, 보조금 지원은 물론 대회 참가 및 선수 등록 행정 업무까지 모두 끊어버렸다고 한다. 체육계 어른들의 갈등 때문에 꿈을 향해 달리는 어린 학생들의 발을 묶어버린 꼴이다. 참으로 무책임하고 부끄러운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육상은 종목 특성상 단 하루의 훈련 공백도 기록 저하로 직결되는 민감한 스포츠다. 더욱이 학생 선수들에게는 매 순간의 기록과 대회 성적이 상급 학교 진학을 결정짓는다. 울산 지역 학교 중 정규 400m 트랙을 갖춘 곳이 많지 않아, 선수들은 울산종합운동장 등 특정 시설에 절대적으로 의존해 왔다. 이런 열악한 환경 속에서 연맹이 시설 사용과 장비 대여를 막아선 것은 사실상 아이들의 미래를 볼모로 잡은 갑질이나 다름없다.
이번 사태의 배경에는 운동부 지도자들과 육상연맹 간의 뿌리 깊은 불신과 소통 부재가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지도자들이 교육청 소속 공무직으로 전환되면서 ‘역할’ 조율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조직 간의 입장 차이나 지도자들 간의 갈등은 대화와 협상으로 풀어야 마땅하다. ‘학생 지원 전면 중단’이라는 가장 극단적이고 폭력적인 카드를 꺼내 든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어른들의 싸움에 왜 아무 죄 없는 아이들이 피해를 보아야 하는가. 스포츠의 근간인 학생 선수를 보호하지 못하는 체육 단체는 존재 이유가 없다.
다행히 상급 기관이라할 수 있는 울산시교육청과 울산시체육회가 중재에 나서는 등 수습에 나섰다고 한다. 하지만 임시방편만으로는 부족하다. 시교육청과 시체육회는 단순한 중재자를 넘어, 이번 사태를 유발한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강력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아울러 연맹의 독단적인 조치로 인해 학교 현장이 흔들리지 않도록 안정적인 훈련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도 장기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다.
울산육상연맹은 즉각 지원 중단 방침을 철회하고 육상부 학생들에게 훈련장을 전면 개방하길 바란다. 교육당국과 체육계도 지금 당장 학생들이 운동장으로 돌아가 마음껏 달릴 수 있도록 대책 마련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