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찾은 울산대학교 앞 정류장. 한 시민이 정차한 버스 옆면을 살펴보다 이내 “안내판이 없는데, OO병원 가요?”라고 기사에게 물었다. 잘 보니 해당 버스 옆면에는 소형 LED 전광판에 기·종착지와 그 사이 행선지 두 곳 정도만 표시돼 있었다.
취재진이 확인해본 결과 최근 출고된 일부 수소전기·전기 저상버스, 그리고 순환버스 차량 측면에 주요 경유지를 표시하는 기존 행선지 안내판 대신 소형 LED 전광판만 설치돼 운행되고 있다.
기존 경유버스나 CNG(압축천연가스) 버스의 경우 차량 옆면에 주요 경유지 10여곳 이상을 표기한 안내판이 부착돼 있어 승객들이 버스가 어디를 경유하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반면 신형 친환경버스는 정차 중인 차량 옆면을 보더라도 노선번호 외에는 정보를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시민들은 정류장에서 버스를 이용할 때 스마트폰 앱이나 정류장 안내단말기보다 버스 자체에 적힌 행선지를 보고 탑승 여부를 판단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고령층이나 스마트폰 활용이 익숙하지 않은 이용객들은 버스가 정류장에 들어올 때 차량 옆면 안내판을 통해 경유지를 확인하는 경우가 많아 불편이 더 크다는 지적이다.
한 시민은 “예전에는 버스 옆면만 봐도 태화강역이나 삼산동, 성남동 같은 주요 경유지가 적혀 있어서 바로 탈 수 있었는데 요즘 새 버스들은 번호만 보고 판단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어디로 가는 버스인지 몰라 기사에게 다시 물어본 적도 많다”라고 말했다.
노선 개편 이후 버스번호가 대거 변경된 점도 불편을 키우고 있다. 시민들은 번호 체계가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서 행선지 안내판마저 사라지면 목적지 확인이 더욱 어려워진다고 지적한다.
지난 2018년 울산에 처음 도입된 수소전기 시내버스의 경우 차량 측면에 주요 경유지를 안내하는 별도 행선지 안내판이 부착돼 있었다. 당시 운행된 124번 수소전기버스는 노선번호 옆 안내판을 통해 주요 경유지를 쉽게 확인할 수 있어 승객들이 버스의 운행 구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후 도입된 신형 수소전기버스와 전기버스에서는 이러한 안내판이 점차 사라졌다. 특히 지난해 시내버스 노선 전면 개편 이후 운행을 시작한 분홍색 순환버스 역시 측면에 별도 행선지 안내판이 설치되지 않은 채 운행되고 있다.
순환버스는 기존 노선과 다른 새로운 번호 체계를 사용하고 있는 데다 동일한 색상의 차량이 여러 노선을 운행해 시민들이 행선지 확인에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울산 시내버스는 총 949대가 운행 중이다. 이 가운데 옆면에 행선지 안내가 없는 수소전기버스, 전기버스, 순환버스가 각각 79대, 106대, 40대 총 245대로 전체 대수의 25.8%에 달한다.
여기에 울산시가 친환경 버스 비중이 점차 확대할 방침이라 행선지 표기를 이용자 편의 측면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단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울산시 관계자는 “최근 나온 친환경차량의 경우 디자인 특성상 상단 유리창 면적이 넓어 기존 측면 안내판을 부착할 시 디자인이 다소 답답해 보이는 문제가 있단 의견들이 많았다”라며 “또 정면부에 기·종착지를 안내하는 건 필수지만, 외벽은 해당되지 않는다. 일단 버스업체에 개선 권고는 할 방침이나, 강제할 순 없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