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구천의 암각화’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지 1년이 다 되어간다. 하지만 해마다 집중호우에 침수되는 처참한 현실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집중호우 당시 사연댐 수위가 57m를 넘어서며 암각화 전체가 36일간 수몰되었던 악몽이 아직 생생하다. 전 세계적인 기상이변이 예고된 올해도 걱정이다. 인류 최초의 기록 문화유산이자 선사시대의 타임캡슐이라 찬사받는 대곡리 반구대암각화가 물속에 잠기도록 방치하는 모순은 이제 끝내야 한다.

새롭게 출범하는 민선 9기 울산시정 인수위원회가 어제 환경국 업무보고에서 반구대암각화 보존과 울산 식수 확보 문제를 집중 논의했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김상욱 당선인은 “사연댐 수문이 설치되면, 당장 물 부족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며 “물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대구를 방문하는 등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고 한다. 이는 사연댐에 수문을 설치해 평상시 수위를 낮춤으로써 암각화 침수를 막고, 부족해지는 식수는 청도 운문댐 물을 받아 보완하자는 울산시의 기존 해법을 유지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하지만 이 해법은 울산만의 노력으로 풀 수 없다. 운문댐 물을 울산으로 돌리기 위해서는 낙동강 복류수·지하수 활용 등 대구 취수원을 다변화하는 ‘낙동강 유역 안전한 먹는 물 공급체계 구축 사업’이 현실화돼야 한다. 여기에 정치적 변수까지 더해졌다. 민주당 소속의 김 당선인과 국민의힘 소속의 추경호 대구시장 당선인은 서로 다른 정치 지형에 서 있다. 자칫 물 문제가 정당 간의 대립이나 진영 논리로 번진다면 해법은 또다시 안갯속으로 빠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반구대암각화 보존과 물 문제는 정쟁의 대상이 아닌, 함께 풀어야 할 ‘광역 상생 과제’라는 김 당선인의 인식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김상욱호는 반구대암각화 보존을 둘러싼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요구하는 전문가들의 제언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일각에서는 현재 추진 중인 사연댐 수문의 개방 시 발생하는 급류와 토사가 암각화를 더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또 사연댐을 과감히 해체하고 대곡댐에서 송수관로를 신설하는 생태적 복원을 통해 역사적 경관을 총체적으로 회복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새로 출범하는 울산시정이 반구대암각화를 영구히 물 속에서 건져내는 대담하고도 현명한 결단을 내려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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