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민선 9기 울산시장직 인수위원회가 상수도사업본부에서 진행한 울산시 환경국 업무보고에서는 반구대암각화 보존과 식수 확보 문제가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반구대암각화를 포함한 ‘반구천의 암각화’는 지난해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결정 일주일 뒤 집중호우로 사연댐 수위가 53m를 넘으면서 침수됐다. 당시 수위는 57.03m까지 올라 암각화 전체가 물에 잠겼고, 36일 만에야 물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엘니뇨 등 전세계적인 기상이변이 예상되는 올해도 여름철 집중호우기를 앞두고 침수에 따른 훼손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당장의 해결은 불가능하지만, 향후 암각화 침수 기간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숙제다.
현재 울산시가 요구하는 방향은 사연댐 수문 설치로 수위를 낮춰 암각화 침수를 막고, 대신 줄어드는 울산 식수원을 청도 운문댐 물로 보완하는 것이다.
식수원을 추가로 확보하기 위해 정부와 울산, 대구 등은 운문댐에서 천상정수장까지 도수관로를 설치하는 맑은 물 공급사업을 추진해 왔다. 울산은 하루 4만9,000t+a 수준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운문댐 물을 받으려면 대구가 충분한 대체 수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동안 대구 등 지역의 정책 변화로 물 문제 해법은 상당 기간 지연됐다. 대구가 안동댐 활용 방안을 검토하면서 시간이 소요됐고, 운문댐을 둘러싼 대구·구미 간 협의도 원활하지 않아 사실상 무산됐다. 대구 취수원 이전 논의는 1991년 낙동강 페놀 사태 이후 본격화됐지만, 30년 넘게 지역 간 이해관계에 막혀 답보 상태를 이어왔다.
이에 대구는 복류수·지하수 등 취수 방식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복류수 실증시설은 낙동강 물을 직접 취수하는 대신 강바닥 모래층을 통과하며 자연 여과된 물을 취수한 뒤 정수장에서 다시 처리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여기에 강변여과수와 고도정수처리를 결합하면 보다 안전한 수돗물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 다음달부터 낙동강 원수의 수질 안정성과 확보 가능한 수량을 확인하는 본격적인 실증실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 4월 ‘낙동강 유역 안전한 먹는 물 공급체계 구축사업 타당성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용역에 착수했다. 용역은 내년 8월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대구 취수원 다변화와 기존 방안의 기술·경제성 비교가 포함돼 있다.
이 같은 대구의 맑은 물 확보 상황에 따라 울산지역 물 문제도 걸려 있다. 만약 사연댐 수문 설치가 먼저 진행되고 운문댐 물 확보가 늦어질 경우, 울산 식수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치적 변수도 관건이다. 김상욱 울산시장 당선인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이고, 추경호 대구시장 당선인은 국민의힘 소속이다. 울산과 대구의 정치 지형이 다른 만큼 물 문제를 정당 대립이 아닌 광역 상생 과제로 풀어가는 조정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다만 물 문제는 정치적 구도로만 볼 사안은 아니다. 울산은 반구대암각화 보존과 식수 안정성을 동시에 해결해야 하고, 대구는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맑은물 공급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두 도시 모두 중앙정부의 재정과 조정이 필요하다. 정당은 다르지만 이해관계가 완전히 충돌한다고만 보기도 어렵다. 각 지역의 물 문제를 함께 푸는 ‘상생 패키지’로 접근하면 협상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김 당선인은 이날 업무보고에서 “사연댐 수문이 설치되면 당장 물 부족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라며 “그 전에 대구와 협조해서 운문댐 물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물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대구를 방문하는 등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