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7월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시작된 지 어느덧 18년이 되었습니다.
제도 도입 초기만 해도 장기요양서비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지금과 많이 달랐습니다. 당시에는 ‘요양원에 가면 마지막’이라는 인식이 적지 않았고, 가족들 역시 시설 이용을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장기요양 인정 자체를 숨기거나 꺼리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18년이 지난 지금, 장기요양은 더 이상 포기나 체념의 상징이 아닙니다. 가족의 부담을 덜고 어르신의 삶의 질을 높이는 사회적 권리로 자리 잡았습니다. 오히려 수급자와 가족들은 더 좋은 돌봄, 더 안전한 환경, 더 전문적인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있습니다. 장기요양이 시혜가 아닌 권리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특히 재가서비스와 주·야간보호서비스의 변화는 매우 인상적입니다.
과거에는 ‘남의 손에 부모를 맡긴다’는 부정적 시선도 있었지만, 지금의 주·야간보호센터는 어르신들이 친구를 만나고, 운동하고, 취미활동을 즐기며 하루를 보내는 생활공간이 되었습니다. 흔히 ‘노치원’이라는 애칭이 생길 정도로 즐겁게 찾는 곳이 되었습니다.
현장에서 만나는 어르신들의 모습도 달라졌습니다.
어떤 어르신은 주간보호센터를 자신의 일터처럼 생각하며 하루 일과를 챙기고, 또 어떤 어르신은 다른 어르신들을 돕는 봉사자로서 역할을 찾습니다. 작은 공동체 안에서 서로를 격려하고 배려하며 새로운 사회적 관계를 만들어 갑니다.
예전에는 돌봄을 받는 것이 수동적 의미였다면, 이제는 돌봄 속에서도 자신의 역할과 존재 가치를 찾으려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멋진 노인으로 나이 들고 싶다”는 바람이 장기요양 현장 곳곳에서 현실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더 흥미로운 변화도 있습니다.
베이비붐 세대를 중심으로 한 신노년층은 장기요양서비스를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최대한 늦게 이용하기 위해 운동하고, 공부하고, 사람들과 교류합니다. 건강수명을 늘리고 스스로를 돌보려는 노력이 이전 세대보다 훨씬 적극적입니다.
실제로 최근 노인층은 과거보다 더 건강하게 나이 들고 있습니다. 건강보험 통계에서도 65세이상 적용인구의 1인당 진료건수가 2022년 35.8건에서 2025년 33.6건으로, 1인당 입내원일수가 44.8일에서 41.2일로 감소하는 경향이 확인되고 있습니다. 이는 장기요양보험, 건강보험, 예방 중심 건강관리 정책, 그리고 노인들의 적극적인 건강 실천이 함께 만들어 낸 변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장기요양보험은 지난 18년 동안 단순히 돌봄서비스를 제공한 것이 아닙니다.
가족의 희생으로만 감당하던 돌봄을 사회가 함께 책임지는 체계를 만들었고, 노년을 의존의 시간이 아니라 새로운 삶의 시간으로 바꾸어 왔습니다.
이제 장기요양보험은 “어떻게 오래 살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건강하고 품위 있게 나이 들 것인가”에 답하는 제도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18년 전의 장기요양보험이 돌봄의 시작이었다면, 앞으로의 장기요양보험은 건강한 노화와 행복한 노년을 지원하는 동반자가 될 것입니다.
장기요양보험 18주년. 우리는 지금 돌봄의 역사를 넘어, 존엄한 노년의 미래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조준희 국민건강보험공단 부산울산경남지역본부 본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