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곤 전 울산시 감사관
김상곤 전 울산시 감사관

   사람이 살아가는 모든 일에는 적당한 때가 있다고 한다. 한 생애가 거쳐야 하는 과정도 사회적 통념이 정한 시기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이 안전하고 무난하다는 뜻이다. 자신의 삶은 자기의 의지대로 살아야 한다고 배우지만 지나고 보면 자유로운 선택보다는 사회의 흐름을 따라 살아간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사사로운 선택일지라도 환경의 영향을 벗어나기 힘든 것이 인간의 삶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은 지향하는 가치관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부분의 삶은 비슷한 여정을 거치면서 생애의 마지막을 향해 나아간다. 그래서 남들이 학교에 다닐 시기에는 같이 학업을 해야 하고 남들이 직장을 얻을 때는 비슷한 시기에 직업을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 결혼도 그렇고 자식을 키우는 일도 그렇다. 그래서 인생사에는 다 적당한 시기가 있다고 말한다.

  그중에서도 직업을 구하는 일은 시간의 구속을 가장 많이 받는 삶의 과정이다. 한번 시기를 놓치면 오랫동안 그 영향을 감수해야 한다. 6월이나 12월이 되면 이력서를 들고 동분서주하는 젊은이들을 떠올리게 된다. 취업을 앞둔 젊은 구직자들의 심정은 굳이 체험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일이다.

  강변을 걷다 보면 젊은이들이 무리를 지어 달린다. 흔히 러닝 크루라고 불리는 마라톤 동아리 활동이다. 오래 달리려면 무리를 지어 달리는 것이 서로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천천히 걷기 위해서 무리를 지을 필요는 없다. 빨리 달려야 하는 사람들은 무리를 지어 달리고 속도가 필요하지 않은 사람들은 혼자서 천천히 걷는다. 우리나라 강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살아가는 일도 신체를 단련하기 위한 운동과 모습이 비슷하다. 젊음은 속도감 속에서 힘을 느낀다. 그래서 무리 속에서 같이 뛰면서 살아간다. 앞서거나 뒤서거나의 문제가 아니라 무리 속에서 함께 살아간다는 소속감이 젊은이들에게 살아갈 힘을 준다. 노년에도 타인의 인정 속에서 확인하는 존재감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젊은 시절에 비할 바는 아니다. 특히 처음으로 사회적 역할을 얻고자 노력하는 청년들의 간절함에 비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직업이 단순히 돈벌이의 수단만은 아니다. 자신이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존재임을 확인하는 첫 번째의 데뷔 무대이다. 그래서 기회를 얻지 못한 젊은이들은 깊이 좌절한다. 사회 속에서 작은 역할이라도 얻고자 노력하지만 소박한 꿈조차 이루지 못하고 혼자서 걸어가는 청년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고 한다. 무리 속에서 점점 멀어져 가는 젊은이들이 많아진다는 것은 개인적인 안타까움을 넘어 사회의 아픔이 된다.

  부모는 자식의 삶에 행복한 시간이 많기를 바란다. 그것도 혼자서 발견하는 행복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 함께 만들어 가는 서사 속에서 찾아내는 기쁨이기를 바란다. 설사 힘든 사회 경험일지라도 그 속에는 삶을 풍요롭게 하는 자양분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고통을 대면하더라도 혼자보다는 타인과의 연대 속에서 해결 방법을 찾아내기를 바라는 것도 마찬가지다.

  칠십이 지척인 나이에도 자녀의 진로 문제로 노심초사하는 부모들이 흔하다. 삼십이 훌쩍 넘어서도 취업 전선에서 해방되지 못하고 방안에서 전전긍긍하는 자녀들이 서너 집 건너 한 명씩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리에서 멀어져 가는 자녀를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은 묻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일이다.

  흔히 삶을 일장춘몽이라고 비유한다. 봄날의 꿈처럼 짧다는 것이다. 그래서 적당한 시기를 놓친 인간사는 두고두고 아픔을 주는 상처가 되기도 한다. 직업을 구하고 독립된 가정을 이루는 것도 그런 일 중의 하나임은 분명하다.

  오늘날 부모가 자녀들에 바라는 심리적인 마지노선은 많이 낮아졌다. 삼십 대 중반까지는 직장을 얻고 사십이 넘기 전에 독립된 가정을 꾸리면 별 불만이 없는 것 같다. 너무나 소박한 바람이지만 실제로는 한없이 비범한 일이 되었다. 풍요로운 시대에도 부모의 역할은 여전히 어려운 일이다. 자식들 배를 채우고자 온갖 고생을 마다하지 않던 시대의 부모와는 다른 차원의 어려움이다. 몸으로 때울 수 있는 아픔이 오히려 더 나은 편인지도 모른다. 김상곤 전 울산시 감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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