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혈관 길이는 성인 기준, 약 9~12만 5천 km로 이는 지구를 약 3바퀴 돌 수 있을 정도다. 혈관은 길이다. 심장에서 출발한 피는 이 혈관을 통해 몸 구석구석까지 영양분을 전달하고, 노폐물도 나르고, 산소도 공급하는 역할을 막히지 않고 여유롭게 해내고 있다. 생명이 있는 곳에는 길이 있어야 한다.

우리가 사는 도시가 살아있다는 것은 혈관이라 할 수 있는 촘촘한 교통망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도시가 팽창하고 인구가 늘면서 심각한 교통체증에 직면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대도시에는 지하철 등이 건설되어 운행되고 있지만, 중도시(100만 정도)들은 지하철은 막대한 경비 때문에, 경전철은 효용성의 문제 등으로 망설이고 있다. 울산의 경우 수소전기차 기술의 개발을 바탕으로 ‘수소트램’으로 그 해법을 찾은 듯 했다.

하지만 애초 이것도 근본적인 해법은 아니었다. 자동차 운행에도 심한 정체를 보이는 도로가 대중교통이라는 명분으로 일부 차선 점거가 이루어질 경우, 설상가상으로 교통지옥을 만들 우려가 매우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안으로 지하화나 공중화로 현재 자동차 도로 노면의 잠식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즉 공간의 분리, 입체화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이를 동시에 해결할 방안으로, 즉 인구 100만 도시에서 이용률과 건설 경제성, 수리 운용의 편리성, 공중 공간 활용성 등에서 가성비가 높은 텔리페리코(이하=케이블카)를 제안해 보고자 한다.

필자는 올해 초 우유니 사막과 티티카카 호수를 관광하기 위하여 볼리비아의 행정수도 라파즈에 머문 적이 있다. 볼리비아는 1인당 국민소득이 4,000달러(한국의 1/9 정도) 정도로 세계 125위 권으로 남미에서도 빈국에 속한다. 인구 200만명 가량의 라파즈는 해발 고도가 높아 열대 기후대인 나라에서 폭염과 한파 걱정 없는 최상의 기후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로 인해 사람이 모이고, 자동차가 증가해 교통 체증이 극심했다. 특히 해발 4,100m의 미라도르역에서 아랫마을 해발 3,100m 이르빠비역 까지 도시 내에서만 1,000m 정도의 고도차가 나는 분지 지형으로 인해 대중교통 확충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한다. 그러다 궁하면 통한다고 했던가? 그들이 대중교통 수단으로 선택한 것이 케이블카였다.

2014년에 개통한 라파즈의 케이블카는 11개 노선에 30km 28개 역이 있어 어디든 쉽게 이동이 가능하며, 한국의 지하철처럼 계속해서 발달하고 있는 대중교통수단이다. 목적지가 정해지면 가까운 케이블카 역으로 가서 색상별로 구분된 노선도에 따라 직진 또는 환승하면 도시 어디든 쉽게 이동 할 수 있는 최상의 대중교통이다. 특히 마법 같은 것은 케이블카 역에 가기만 하면 거의 리얼타임(real-time) 수준인 12초마다 한 칸씩 들어오기에 기다림 없이 언제든지 탈수 있었다. 실제 종전에 자동차로 1시간 넘게 걸린 거리를 단 10~15분에 막힘없이 정시에 도착한다는 것이다.

요금도 3볼리비아노(500원 정도)로 저렴하고 환승도 가능한 인기 대중교통으로 1일 15만 명 정도가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세계에서 최장 최고 높이의 케이블카로 기네스북에 등재되어 있다. 라파즈는 이같은 대중교통의 신세계를 보여줌으로써 세계적인 관광지인 우유니 사막과 티티카카 호수로 가는 길목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나 볼리비아의 새로운 관광지로 떠오르고 있다.

필자는 그곳에서 저렴한 요금으로 하늘을 날며 도심지역의 각종 풍경을 한눈에 보는 호사를 누렸다. 특히 표고차에 따라 보이는 빈부 격차와 이들의 알록달록한 색채의 주택들, 도심에 있는 공동묘지 등 생활상을 쉽게 볼 수 있었다. 특히 야간 관광으로 입체적인 언덕의 집들이 만들어 내는 불야성은 케이블카가 주는 또 다른 황홀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관광용이 아닌 대중교통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 케이블카의 가능성을 볼 수 있었다. (계속)

윤주용 전 울산시농업기술센터 소장·농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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