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조가 이번주부터 평일 연장근로와 주말 특근을 전면 거부하면서 올해 노사 교섭이 중대한 분수령을 맞았다. 사측이 지난주 첫 제시안을 냈지만 노조는 이를 단칼에 거부하고, 압박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이미 합법적 쟁의권까지 확보한 노조가 언제든 전면 파업 버튼을 누를 수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매년 되풀이되는 현대차 노사의 힘겨루기에 자동차 부품 협력업체들의 시선이 곱지않다.

현재 지역 부품업계가 마주한 현실은 참혹한 수준이다. 울산상공회의소가 조사한 올해 2분기 제조업 경기전망지수(BSI)는 기준치(100)에 한참 못 미치는 ‘62’까지 추락하며 4분기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특히 3월 원자재구입비 BSI는 154를 기록, 4년 만에 최고치이자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세 번째로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더 큰 문제는 대기업과 달리 환헤지 수단이나 자금력이 전무한 1·2차 협력업체들은 고환율·고물가의 충격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원자재 조달 비용이 급등하다 보니 부담이 누적되고, 외화 차입 부담과 투자 여력 감소로 장기 경영계획조차 세우기 어려운 처지다. 설상가상으로 미국의 자동차 관세 폭탄으로 인한 완성차발 수익성 악화의 불똥이 협력사로 전가될 우려마저 커졌다.

이처럼 기초체력이 바닥난 상황에서 현대차 노조의 특근 거부와 파업 가시화는 부품사들의 가동률 저하와 재고 누적을 유발해 자금줄을 완전히 끊어놓는 치명상이 될 수밖에 없다. 수만 개의 부품이 적기 공급(JIT) 시스템으로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자동차 산업의 특성상, 원청 노조의 파업으로 생산 차질이 장기화된다면 중소 협력사들의 연쇄 도산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완성차 노사의 단임협은 해마다 치러지는 연례행사일지 몰라도, 벼랑 끝에 몰린 부품업체들에게는 생존권이 걸린 문제다. 현대차 노사는 자신들의 결정이 지역 경제 생태계 전반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노조는 파업권 행사에 극도로 신중해야 하며, 사측 역시 부품사 상생을 고려한 전향적인 타협안을 제시해야 한다. 완성차와 부품업체는 한 배를 탄 운명공동체라는 점을, 노사 모두 잊지 않고 성실하게 교섭에 임해주기 바란다.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