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인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와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를 아우르는 ‘반구천의 암각화’가 세계유산 등재 1주년을 맞았다. 등재 이후 지난 1년간 방문객은 전년 대비 약 56% 급증한 11만 7,372명에 달하며 세계적 문화유산으로서의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마주한 실상은 세계유산이라는 화려한 이름표가 무색할 만큼 초라하고 불편하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관람객의 기본권조차 보장하지 못하는 편의시설 부족이다. 폭염 속에 암각화 현장을 찾은 이들은 물 한 병 사 마실 자판기조차 없는 현실에 당황하고 있다. 특히 전망대 인근 화장실은 지난 5월 철거된 이후, 방문객들은 뙤약볕 아래서 15분을 걸어가야 하는 700m 거리의 공중화장실을 이용해야 하는 형편이다. 그마저도 냉난방 시설이 전무해 이용객의 불쾌감이 높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여기에 교통 접근성 문제도 여전하다. 셔틀버스는 한 시간이라는 긴 배차 간격 탓에 이용률이 극히 저조하고, 시내버스와의 연계도 부실해 외지 관광객들에게는 ‘가기 힘든 명소’로 전락해 있다. 관람 콘텐츠의 질적 수준도 세계유산의 가치에 미치지 못한다. 최첨단 XR 망원경이 설치됐다고는 하나, 실제 관람객들은 기존처럼 형상을 구분하기 어렵다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실시간 영상 제공이나 AR 해설 등 현대적 보조 콘텐츠 도입이 시급한 이유다. 정작 관광객이 몰리는 여름철에 현장 도보 프로그램이 운영되지 않는 등 기후에 맞춘 유연한 운영도 보이지 않는다.
세계유산을 이웃으로 둔 주민들의 삶도 팍팍해지고 있다. 늘어난 차량으로 인해 좁은 마을 길은 사람과 차가 뒤엉킨 아수라장이 되고 있지만, 관광객이 마을에 머물며 수익이 지역에 돌아가는 ‘주민 주도형 상생 모델’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당국은 “시설 설치에 제약이 있다”는 식의 변명에서 벗어나야 한다. 당장 이달 말 유네스코 세계유산 현장관리자와 기자단이 울산을 방문할 예정이다.
자연 훼손을 최소화하면서도 방문객의 불편을 덜어줄 우회도로 조기 완공과 편의시설 확충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주민들의 생활 불편을 해소하고 관람객의 수용성을 높이는 ‘사회적 대타협’이 전제되지 않은 관광 정책은 모래 위에 쌓은 성과 다름없다. 반구천의 암각화가 진정한 세계인의 자산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내실 있는 관람 환경 조성과 지역 상생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