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울산시의회 교육위원회 강혜순 위원장, 조성철 부위원장, 안대룡 위원, 홍성우 위원, 손근호 위원, 정나윤 위원.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울산시의회 교육위원회 강혜순 위원장, 조성철 부위원장, 안대룡 위원, 홍성우 위원, 손근호 위원, 정나윤 위원.
민선 9기 김상욱호가 출범과 함께 내놓은 공론화위원회 설치와 조직개편 구상이 시의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시민 참여와 책임행정을 내세운 시정 구상이 의회의 대의성과 심의권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추진되면서 첫걸음부터 강한 견제에 부딪힌 것이다.

울산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는 지난 16일 조성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울산시 공론화 추진에 관한 조례안’을 1시간 넘는 격론 끝에 부결했다. 민선 9기 의안 제1호였지만 본회의에 상정되지도 못했다.

조례안은 시민 간 찬반이 엇갈리거나 갈등이 예상되는 주요 정책을 공론화 절차를 통해 결정하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시장이 의제를 제안하면 10명 이내의 공론화위원회가 실시 여부를 결정하고, 별도 추진단이 시민 참여 방식과 공론장 운영 절차를 설계하도록 했다. 공론화 결과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시정에 적극 반영하도록 했다.

상임위원들은 숙의 민주주의의 취지에는 공감했지만 기존 제도와의 중복 가능성을 문제 삼았다. 2021년 제정된 ‘민관협치 기본조례’는 민관협치회의가 공론장을 운영하고 사회적 합의사항을 시장에게 권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같은 해 마련된 ‘공공갈등 예방 및 해결 조례’도 갈등영향분석과 사안별 갈등조정협의회 운영 근거를 두고 있다.

공진혁 의원은 “기존 민관협치위원회와 갈등조정협의회가 어떤 성과를 냈는지부터 점검해야 한다”며 “10명 이내의 위원회가 시민 전체를 대표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공론화위원회가 시민의 대의기관인 시의회의 권한을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김대영 의원은 “공론화 과정에서 결론이 난 정책을 시의회가 다시 심의할 경우 시민들은 왜 의회가 또 결정하느냐고 할 수 있다”며 “시민이 선출한 시의원들은 공론화 과정에서 사실상 아무런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특히 위원 위촉권과 의제 제안권이 시장에게 집중된 구조도 논란이 됐다. 공론화위원회가 시민 참여기구가 아니라 시장의 정책적 선택을 정당화하거나 정치적 책임을 분산하는 장치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상욱 시장은 취임 이후 도시철도 트램 1호선, 세계적 공연장, 학성공원 물길 복원 등 전임 시정에서 추진한 대형 사업을 공론화를 통해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 때문에 공론화위원회가 전임 시정의 주요 정책을 뒤집기 위한 정치적 명분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의구심도 불거졌다.

상임위는 울산시의 첫 조직개편안도 심사보류했다. 노동특보 기능을 ‘노동위원회’로 확대하고 감사관을 합의제 행정기관인 ‘감사청렴위원회’로 전환하는 내용이다.

상임위가 문제 삼은 것은 절차였다. 합의제 행정기관을 신설하려면 위원 구성과 권한, 의사결정 방식을 담은 운영 조례가 선행되거나 최소한 동시에 제출돼야 하지만 울산시는 행정기구 설치 조례와 공무원 정원 조례만 먼저 제출했다.

이장걸 위원장과 공진혁 의원 등은 운영 방식과 권한도 확인하지 못한 상태에서 조직 설치부터 승인하는 것은 의회의 실질적 심의권을 제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동위원회’ 명칭이 고용노동부 산하 울산지방노동위원회와 겹쳐 시민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청렴위원회 역시 합의제 운영에 따른 의사결정 지연과 감사 정보 유출 우려에 대한 대책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조직개편안이 전임 시장 재임 시기인 지난 6월 입법예고되고 행정부시장 전결로 추진된 과정도 논란을 키웠다. 법적 하자 여부와 별개로 차기 시장의 조직개편안이 정권 교체 이전부터 행정절차에 들어가면서 시정 인수 과정의 매끄럽지 못한 단면을 드러냈다.

타 상임위원회 업무보고에서도 시의회의 검증은 행정사무감사를 방불케 했다. 교육위원회에서는 교육연구정보원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교육감 예비후보 공약 분석 보고서를 발간한 경위를 놓고 정치적 중립성 논란이 제기됐다. 문화복지환경위원회에서는 시민건강국 통폐합에 따른 보건행정 약화 우려가, 산업건설위원회에서는 송전탑 이설 과정의 주민 소통 부족과 미디어파사드 사업의 안전성·예산 낭비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한편 울산시는 시의회 지적사항을 반영해 개선안을 마련하고 조속히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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