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시 승격 30주년을 앞둔 울산이 산업수도의 성과를 넘어 AI와 문화, 사람 중심의 미래도시로 도약해야 한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울산매일 포토뱅크
광역시 승격 30주년을 앞둔 울산이 산업수도의 성과를 넘어 AI와 문화, 사람 중심의 미래도시로 도약해야 한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울산매일 포토뱅크
1997년 7월 15일 울산시가 대한민국 6번째 광역시가 됐다. 국가 산업화를 이끌던 공업도시 울산이 독자적인 행정과 도시계획 권한을 갖춘 광역도시로 새롭게 출발한 날이다. 세계적인 제조업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전국 최고 수준의 경제력을 갖춘 도시로 성장했다. 하지만 광역시 후발 주자라는 이유로 광역교통망과 문화시설, 대학교, 국공립 의료체계 등 정주여건 인프라는 여전히 취약하다. 이는 울산이 고질적으로 안고 있는 청년인구 유출과 직결되고 있다. 내년이면 울산이 광역시 30주년을 맞이한다. 지난 30년이 산업수도로 성장하기 위한 시간이었다면, 앞으로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미래도시로 도약하기 위한 시간이다. 새롭게 출범한 민선 9기 김상욱호는 후발 광역시의 한계를 극복하고, AI와 디지털 전환을 선도하는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1만년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쉬는 독보적인 도시 정체성을 구축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편집자 주


#울산 역사의 네 번째 도약

역사적으로 울산은 지금의 광역시처럼 독자적·중추적 지위를 가진 적이 3차례 있었다.

반구천 일원의 암각화가 보여주듯 울산은 선사시대부터 사람이 모여 살던 한반도 대표 생활문화권이었다.

광역시 위상을 가지게 된 첫 번째 역사는 삼한시대 우시산국의 중심지였던 울산이 동해를 잇는 국제무역항으로 지위를 가졌던 시기다.

두 번째는 고려 태조 왕건이 후삼국을 통일하는 과정에서 울산의 공을 기려 ‘흥려부(興麗府)’로 승격시켰다. ‘고려를 흥하게 한 고을’이라는 의미였다.

세 번째는 조선 임진왜란 직후 선조가 당시 울산 의병들의 활약을 높이 평가해 도호부로 승격시켰다. 각각의 승격은 당시 기준으로 광역 행정도시급 위상을 의미했다.

그리고 현대에 들어 네 번째 도약이 찾아왔다. 1962년 특정공업센터 지정으로 대한민국 산업화를 이끄는 도시가 된 울산은 1997년 광역시 승격을 통해 독자적인 도시 발전의 기반을 갖추게 됐다. 이는 울산의 도시 위상을 근본적으로 바꾼 역사적 전환점이었다.

#산업수도의 영광과 성장의 그늘

광역시 승격 이후 울산은 대한민국 산업수도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했다.

자동차와 조선, 석유화학분야에서 세계적인 제조업 클러스터를 구축했고,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 전국 최고 수준의 경제력을 갖춘 도시로 성장했다.

그러나 산업화의 이면에는 희생도 있었다.

태화강은 한때 ‘죽음의 강’이라 불릴 만큼 심각하게 오염됐다. 급격한 산업화는 자연을 훼손했고, 산업단지 조성과 도시개발 과정에서 삶의 터전을 떠나야 했던 주민들도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울산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냈다. 지난 2004년 ‘에코폴리스 울산’ 선언 이후 시민과 기업, 행정이 함께 태화강을 되살렸고, 2019년 국가정원 지정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과거 쓰레기 매립지가 생태공원으로 변하고, 죽음의 강이 생명의 강으로 되살아난 과정은 산업도시 울산이 이룬 가장 상징적인 변화로 평가받는다.

#AI 산업수도와 문화도시

이제 울산은 또 다른 전환점을 준비하고 있다.

세계 제조업은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울산 역시 자동차·조선·석유화학 산업에 AI를 접목하는 산업 AI와 제조혁신(AX)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구축과 산업 데이터 활용, 에너지 전환, 친환경 기술 등은 앞으로 울산 경쟁력을 결정할 핵심 과제다. 이런 가운데 세계 최초로 바닷물을 활용한 ‘탄소저감형 수중 데이터센터’를 실증하는 등 녹색 전환의 핵심 거점이자 ‘AX 실증 허브’로의 도약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미래는 산업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울산은 1만년 역사를 품은 문화도시다. 독보적인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반구천의 암각화를 비롯해, 처용문화와 해양문화, 산업유산은 울산만의 독보적인 정체성을 형성하는 자산이다. 첨단산업과 역사문화가 함께 발전할 때 비로소 울산은 세계가 주목하는 미래도시로 성장할 수 있다. 하정우 전 대통령비서실 인공지능(AI)미래기획수석도 최근 ‘울산 AX: 대한민국 성장엔진 리부트 전략’ 주제강연에서 궁극적으로는 AI 산업 육성과 함께 울산이 가진 역사·문화 콘텐츠 등을 비롯한 ‘소프트파워’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의 시대’서 ‘사람의 시대’로

내년이면 울산시가 광역시 승격 30주년을 맞이한다. 광역시 승격 30주년이 던지는 가장 큰 화두는 결국 사람이다. 지난 30년이 대한민국 산업화를 완성하는 시간이었다면, 앞으로의 미래는 산업대전환과 함께 시민의 삶과 행복을 중심에 두는 도시로 전환하는 시간이 돼야 한다.

청년들이 떠나지 않는 도시, 의료와 교육이 안정된 도시, 문화가 일상이 되는 도시, 자연과 산업이 공존하는 도시. 산업 경쟁력과 삶의 질이 균형을 이루는 도시가 앞으로 울산이 지향해야 할 새로운 모델이다.

광역시 승격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그리고 30주년은 또 하나의 출발선이다.

울산은 역사 속에서 도시의 위상이 세 차례 도약할 때마다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이제 광역시 승격 30주년을 맞아 AI와 문화, 산업과 생태, 성장과 사람을 아우르는 새로운 도시 비전을 세워야 한다. 새로운 울산 100년을 설계하는 중대 기로에서 민선 9기 김상욱호의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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