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천철장’은 삼한시대부터 이어진 한반도 아이언로드의 핵심 콘텐츠다. 하지만 현실은 이런 수식이 무색해진다. 오랜 역사성을 가진 문화유산이지만 초라한 전시장과 관람객 없는 공원은 달천철장이 가진 한계로 지적된다.
본지는 이같은 달천철장의 현실을 확인하기 위해 이달 초 일주일간 북구 달천철장을 찾았다. 평일과 주말, 오전과 퇴근 시간대를 바꿔가며 현장을 둘러봤지만, 한적한 풍경은 하루도 달라지지 않았다.
유적공원 산책로에는 운동을 나온 인근 주민 몇 명만 오갈 뿐이었다. 산책을 마치고 나오던 이하늘(48)씨는 “이곳을 유적 자산이라고 생각하고 일부러 찾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며 “저도 그냥 운동하러 왔을 뿐”이라고 말했다.
산업도시 울산의 모태로 꼽히는 달천철장은 도심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다. 반경 수㎞ 안에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학교, 산업단지가 밀집해 접근성이 뛰어나지만, 역사공원은 관광지보다 동네 공원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북구는 ‘달천철장 관광자원화’를 내세우며 지난 2024년 사업비 3억원을 투입해 미디어파사드를 조성했다. 매일 오후 8시부터 9시까지 운영하고 있지만, 관광객의 체류 시간을 늘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울산시와 북구는 민선5기 시절인 2014년께부터 10년 넘게 주민들과 공론화 과정을 거쳐 광산 갱도 활용, 철장 역사관 건립, 박물관 조성, 체험시설 확대 등 다양한 계획을 검토해 왔다.
행정당국은 수년간 세 차례에 걸쳐 황무지로 평가받던 광산 일대를 역사공원으로 조성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사람을 불러 모을 콘텐츠 개발은 여전히 구상 단계다.
울산 산업의 시작을 알린 공간은 여전히 ‘볼거리보다 역사적 의미가 앞서는 장소’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달천철장의 역사적 가치를 문화·관광 자원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논의는 여전히 추후과제로 남아 있다.
하지만 달천철장이 지닌 2,000년 역사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달천철장은 삼한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철을 생산한 국내 최고(最古) 철광산 가운데 하나다. 임진왜란 이후 한동안 채광이 중단됐지만 17세기 다시 개발돼 일제강점기와 해방 이후에도 운영됐다. 이후 철광석 고갈로 1993년 폐광됐으며,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2003년 울산시 기념물로 지정됐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축제 운영을 넘어 상설 콘텐츠 구축과 이를 추진할 구심점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구한 한국해양연구원 원장은 “달천철장은 인구 밀집지역에 위치해 접근성이 뛰어나고, 상암중학교와 달천사 앞에는 약 2만여 평의 공터 부지도 있다”며 “이 일대에 쇠부리문화관 등 문화시설을 조성하고, 장기적으로는 갱도를 활용한 체험시설까지 연결한다면 반구천의 암각화 못지않은 문화자산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김 원장은 “물론 갱도 개발까지 이어지려면 상당한 예산이 필요하지만,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며 “과거 쇠부리축제를 2박 3일로 확대했을 당시에도 주변 아파트 주민 90% 이상이 찬성하고 소음도 감수하겠다고 할 정도로 지역의 호응이 높았다. 주민들의 공감대는 이미 형성된 만큼 이제는 콘텐츠를 확장할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문화유산의 콘텐츠화가 축제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조언도 나온다.
쇠부리축제추진위원회 관계자는 “달천철장은 폐광 이후 황무지로 버려져 있다가 세 차례 북구의 정비사업을 통해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며 “하지만 조그마한 홍보관 외에는 상시적으로 접할 수 있는 콘텐츠가 없다 보니 관광이나 역사문화자원으로 시민과 외래 방문객을 유치하기에는 부족한 상황이다”라고 진단했다.
또 “2015년부터 10여 년 이상 행정과 지역 주민들이 함께 활용 방안을 고민해 왔지만, 박물관 조성 등 실행으로 옮기는 과정이 부족했다”며 “쇠부리축제가 매년 열리고 있지만, 축제 콘텐츠 하나만으로 달천철장의 역사와 문화를 견인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폐광 이후 산업유산을 관광자원으로 전환한 사례는 적지 않다.
강원도 정선군 삼탄아트마인은 폐광된 광산 시설을 그대로 활용해 전시·체험이 가능한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국·군비 등 약 110억원이 투입돼 ‘예술을 캐는 광산’이라는 콘셉으로 운영되며,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관광 100선’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경기도 광명동굴 역시 폐광 갱도를 활용해 지역 대표 관광지로 자리 잡았다.
북구 역시 활용 방안을 검토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2019년부터 관련 용역을 진행했고, 당시 용역보고서에는 체험관과 박물관 조성 등이 제안됐지만 추진 동력과 예산 확보가 과제로 남았다.
최근에는 민선9기 들어 새로운 달천철장 관광자원화 방안이 다시 검토되고 있다. 315m 규모의 갱도를 활용한 체험시설과 주변 공간을 연계한 콘텐츠 확충 등이 이동권 북구청장 인수위원회 단계부터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북구 관계자는 “달천철장의 콘텐츠가 부족한데 공감하며,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야간 명소화 등 다양한 방향을 고민하고 있지만 주민 의견 수렴 등 아직 검토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계절 방문객이 찾을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도록 하반기부터 구체적인 계획을 구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