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기획예산처는 학령인구 감소를 이유로 교부금을 내국세의 20.79%에 연동하는 현행 제도를 폐지하려 한다. 한정된 국가 재정을 다양한 분야에 균형 있게 배분하려는 고심은 이해한다. 그러나 경제적 효율이라는 단일 잣대로만 교육을 재단할 때 생기는 사각지대와 국가 장기 전략의 훼손을 고려한다면 교육재정 감축 기조는 재고되어야 한다.
첫째, 투자의 성패는 규모가 아니라 시점이 가른다. 오늘날 한국 반도체 산업이 세계 정상에 오른 결정적 계기는 모두가 설비를 줄이던 불황기에 오히려 투자를 멈추지 않은 역발상이었다. 지금의 학령인구 감소는 국가 경쟁력 측면에서 일종의 인구 불황기이다. 반도체는 투자 시점을 놓쳐도 다음 사이클이 돌아오지만, 아이의 열두 해는 되돌아오지 않는다. 돌아올 사이클이 없기에 지금이 유일한 시점이다. 아이의 숫자가 줄어들수록 미래 세대 한 명이 짊어질 사회적 책임과 부가가치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이 커진다. 지금은 교육 예산을 깎을 때가 아니라, 초격차 인재를 길러낼 공교육 인프라에 선제 투자를 해야 할 적기이다.
둘째, 적시에 쓰지 못한 예산은 훗날 더 큰 사회적 비용으로 돌아온다. 기획예산처는 초중등 예산을 덜어 고등교육의 경쟁력을 높이려 한다. 하지만 고등교육의 성패는 결국 어떤 학생이 대학 문턱을 넘어오느냐에 달려 있다. 학생 수 감소를 이유로 교육과정 운영비가 깎이면 작은 학교부터 교과목을 온전히 운영하기 어려워질 것이고, 그 공백은 사교육이 메울 것이다. 대학이 받아들이는 인재는 부모의 경제력이 선별한 좁은 집단으로 수렴하고, 고난도 연구를 감당할 학생층 자체가 얇아진다. 아무리 대학에 자원을 투입해도, 그 자원을 받아 안을 인재의 저변이 적다면 투자 수익률은 오르지 않는다.
셋째, 머릿수와 예산을 등치시키는 것은 학교 현장을 모르는 선형적 오류다. 학생이 준다고 학교가 함께 줄지는 않는다. 통학 여건 탓에 작은 학교는 존치되어야 하고, 학교가 남는 한 인건비와 시설 유지비 같은 고정경비는 학생 수에 비례해 줄지 않는다. 인구 구조의 질적 변화는 더 결정적이다. 전체 학령인구가 감소하는 사이 이주배경 학생은 2025년 20만 명(4.0%)을 넘어섰고, 울산의 이주배경 학생도 4,000명대에 접어들었다. 한국어학급 운영처럼 학생 수는 적되 훨씬 밀도 높은 재정 투입이 필요한 영역이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유보 통합, 특수교육 기반 확충, AI 디지털 교육까지 더하면 학생 1인에게 투입되어야 할 교육의 질적 강도는 팽창하고 있다. 줄어드는 것은 숫자일 뿐, 국가가 감당해야 할 책임의 총량이 아니다.
넷째, 학교는 이제 학생만의 공간을 넘어 지역사회의 핵심 생활 기반 시설(SOC)로 진화하는 중이다. 도서관, 체육관, 주차장 등을 지역민에게 개방하는 학교복합시설 정책이 추진되고 있으며, 울산시교육청의 공간 재구조화 사업 역시 지역민과의 학교 공간 공유를 전제로 한다. 지자체가 부담하라는 반론도 있겠지만,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역일수록 지자체의 여력은 없고 정작 학교 외에 대체할 생활 기반 시설도 없다. 교육 예산 삭감은 곧 지역 주민의 삶의 질 하락과 지방 소멸 가속화로 직결된다.
다섯째, 예산 감축의 여파는 결국 교육 현장의 가장 취약한 고리를 무너뜨린다. 교부금 산정 방식이 개편되면 울산에서만 2,000억~3,800억 원의 예산 축소가 예상된다. 이미 세수 결손과 교부금 축소를 이유로 2025년 울산시교육청 예산에서 인건비와 교육복지를 제외한 일반 사업비를 일괄 15% 삭감했고, 부족한 재원 약 1,500억 원을 기금에서 끌어 썼다. 교부금 산정 방식마저 개편되면 남는 것은 교육사업의 존폐를 가리는 선택뿐이다. 숫자의 효율에 갇힌다면 가장 먼저 흔들리는 것은 복합적 요인으로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을 지원하는 다중지원팀(두드림학교)처럼, 수혜 학생 수가 적어 효율 지표에서 후순위로 밀리는 사업이다. 재정 효율화라는 명분이 세심한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의 기회를 박탈하고, 계층 간 교육 격차를 심화시키는 역설을 낳아서는 안 된다.
교육 예산은 비용 대비 산출을 따지는 영역이 아니다. 회계장부 위의 숫자를 넘어, 질적으로 변화하는 인구 구조와 팽창하는 학교의 역할 속에서 모든 아이가 튼튼한 토대 위에 설 수 있도록 교육 생태계를 지켜내는 중앙정부의 장기적인 안목과 결단이 필요하다.
윤한성 청량초등학교 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