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조의 장기 파업으로 생산 차질이 판매 현장까지 확산되면서 출고 지연 우려와 신차 마케팅 차질, 지역 자동차 산업 전반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 전경. 울산매일 포토뱅크
현대자동차 노조의 장기 파업으로 생산 차질이 판매 현장까지 확산되면서 출고 지연 우려와 신차 마케팅 차질, 지역 자동차 산업 전반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 전경. 울산매일 포토뱅크

현대자동차 노조의 파업 장기화가 생산라인을 넘어 일선 판매 현장까지 덮치고 있다. 부품사까지 멈추며 차량 출고가 늦어지면서 고객들의 구매 연기 우려가 커지고 있는 데다, 신차 출시를 앞둔 판매점들의 마케팅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현대차 울산공장과 가까운 북구지역 판매대리점에서는 예년과 달리 “생산이 멈추면 결국 판매 현장이 피해를 떠안는다”라는 볼멘소리까지 나온다.

#“그랜저 출고 지연되나요?”…커지는 소비자 불만

21일 북구의 한 현대차 대리점은 8월 여름 시즌을 겨냥한 특별 프로모션을 전면에 내걸고 고객 유치에 힘쓰는 중이다.

하지만 다가온 프로모션과 달리 이곳 대리점 관계자의 표정은 밝지만은 않다. 올해 현대차 노사의 임금교섭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부분파업에 따른 하반기 생산 차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고객들의 출고 관련 문의부터 늘었다.

지역 대리점 김모 지점장은 “최근 현대차 노조의 파업으로 신형 그랜저 출고가 지연되는 것 아니냐는 문의가 늘었다”라며 “최대한 차질 없이 차량을 인도할 수 있다고 설명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라고 전했다.

그는 “그랜저의 신차 특수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것도 뼈아픈데다, 오는 8월 출시 시점에 맞춰 사전 등록 행사를 진행 중인 신형 아반떼 마케팅까지 차질을 빚지 않을까 우려된다”라고 했다.

#6년 무분규 깨진 여파, 현장엔 대비 못할 변수로

현대차 노조는 2019년부터 2024년까지 6년 연속 임금 및 단체협약을 무분규로 타결했다. 1987년 노조 창립 이후 최장 기록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이 기록이 깨졌다. 노조는 2025년 3차례 부분파업을 벌였고, 올해는 21일 기준 5일째 부분파업에 들어가며 작년 수위를 넘어섰다. 특히 노조는 13일~15일 근무조별 2시간 부분파업에 이어, 20일~22일 부분파업 시간을 4시간으로 늘리며 회사와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6년 연속 무분규로 생산 차질을 체감하지 못했던 판매 현장에선 길어지는 파업이 대비하지 못한 악재로 남고 있다.

울산지역 현대차 판매 거점 14곳, 세부적으로 지점 6곳과 대리점 8곳의 사정도 비슷하다. 일부 공장 가동 중단으로 차량 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영업활동이 위축된 데다, 생산 차질의 틈을 타 경쟁사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우려까지 겹쳤다.

차량 생산이 멈추면 출고가 늦어지고, 출고 지연은 고객들의 계약 취소나 구매 연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결국 생산과 판매가 맞물려 돌아가는 자동차 산업 특성상 공장에서 발생한 파업의 부담이 판매 일선의 카마스터들에게까지 전가되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현대자동차 노조 중앙대책위원회 출범식. 울산매일 포토뱅크
현대자동차 노조 중앙대책위원회 출범식. 울산매일 포토뱅크

#노사 줄다리기로 주춤한 사이경쟁사 ‘반사이익’

실제 글로벌 경쟁사들의 국내 시장 공략도 거세지고 있다.

현대자동차에 따르면 테슬라와 비야디(BYD) 등 글로벌 경쟁사들의 올 상반기 국내 판매 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92.2%, 807.9% 급증했다.

반면 현대차의 상반기 내수 판매 실적은 10.8% 뒷걸음질 쳤다. 시장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노사 갈등에 따른 생산 불확실성이 겹친 셈이다.

특히 판매 현장에서는 예년과 달리 이제 노조의 파업을 단순히 ‘공장 노동자들의 문제’로만 바라보기 어려워졌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생산이 멈추면 판매가 위축되고, 고객이 등을 돌리면 결국 그 피해는 카마스터와 지역사회가 함께 떠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북구 대리점 이모 카마스터는 “아무리 차가 잘 나오고 상품성이 뛰어나다고 한들 노사 갈등 상황을 너그럽게 이해하며 마냥 출고를 기다려줄 소비자는 없다”라며 “이에 대해 일말의 책임감을 느끼고 있는지 되묻고 싶다”라고 지적했다.

현대차 울산공장 관계자 역시 “신차 출시 효과를 전망했는데 지금 상황에서는 이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교섭 장기화로 현대차의 브랜드 가치가 훼손되거나 품질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까 염려된다”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노사 임금협상 상견례 현장. 울산매일 포토뱅크
현대자동차 노사 임금협상 상견례 현장. 울산매일 포토뱅크

#정당한 쟁의권지역사회가 치르는 대가

물론 노조의 파업은 법적으로 보장된 정당한 쟁의행위다. 임금과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하는 노동자의 권리라는 점에서 파업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

다만 현대차 울산공장이 지역 최대 사업장이자 지역 자동차 산업 생태계의 중심이라는 점에서 반복되는 생산 차질이 지역사회와 판매 현장에 미치는 영향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의 경우 부분파업으로만 약 3,000억원대의 매출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된 바 있다. 올해의 경우 파업 시간과 일수가 확대되면서 생산 차질에 따른 손실 규모는 작년의 배에 이른다는 업계의 시각이다.

한편 전국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는 21일 쟁의대책위원회 속보를 통해 “올해 교섭은 대등한 노·사 관계에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는 해가 될 것”이라며 “사측의 전향적인 안이 있어 교섭 재개를 요청할 경우 예정된 파업은 유보한다. 하지만 진전이 없다면 전술적으로 투쟁 수위를 높여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현대차 노사는 올해 임금협상에서 영업이익 N% 성과급 등 ‘정당한 성과보상’ 외 상여금 50% 인상, 정년 연장, 해고자 복직을 중심으로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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