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관광객은 이미 도시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지만 관광정책을 마련해 온 울산시를 비롯한 대부분의 지자체들의 시선은 그동안 ‘우리 지역’에만 머물러 왔다. 관광 홍보와 상품, 교통서비스가 대부분 각 지자체 경계 안에서 만들어진다. 이 때문에 관광객이 부산에서 울산으로 이동하는 순간 새로운 교통편과 관광 정보를 다시 찾아야 하고, 다른 도시로 넘어가면 또 다른 여행을 준비해야 한다.
외국인 관광시장을 넓히기 위해 울산에 필요한 것은 관광객을 독자적으로 끌어들이는 경쟁보다 주변 도시와 하나의 여행권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정부가 5극 3특 메가관광권을 설정해 권역별 관광 육성을 추진중이다. 울산시도 정부 방침에 맞춰 부산을 동남권 국제관광의 관문으로 활용하고 울산의 관광자원을 연계하는 초광역 관광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지금까지 지자체 간 관광협력은 공동 홍보나 팸투어, 관광박람회 공동 참가 등에 집중돼 왔다. 하지만 단순히 여러 도시를 하나의 이름으로 묶는 것만으로는 초광역 관광권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관광객 입장에선 어느 도시가 공동 홍보에 참여했느냐보다 실제 여행 과정에서 이동과 예약이 얼마나 편리하게 이어지느냐가 더 중요하다. 때문에 앞으로의 초광역 관광전략은 ‘함께 알리는 관광’에서 ‘함께 여행할 수 있는 관광’으로 전환돼야 한다.
우선 도시를 넘나드는 관광상품이 필요하다. 김해공항을 통해 들어온 외국인이 부산에서 울산, 경남까지 이어지는 2박3일 또는 3박4일 일정을 하나의 관광상품으로 검색하고 예약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부산역이나 김해공항 등 주요 관문에서 울산과 경남을 잇는 관광교통을 마련하고, 철도·버스 등 기존 대중교통과 지역별 관광상품을 함께 연결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여행자의 편의를 높이려면 예약과 관광서비스도 연결돼야 한다. 여러 도시의 관광시설과 체험 프로그램을 한 곳에서 확인하고, 교통과 입장권 등을 묶어 이용할 수 있는 광역 관광패스도 하나의 방법이다.
여기에 관광객 이동 데이터를 지자체가 함께 활용하는 구조가 더해지면 도시별 관광전략도 훨씬 정교해질 수 있다. 관광객이 어느 도시에서 들어와 어디로 이동하는지, 어떤 관광지를 연달아 찾는지를 분석해야 실제 수요에 맞는 노선과 상품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울산에도 이 과정은 중요하다. 초광역 관광이 울산에 실익을 가져오려면 울산이 단순히 부산 여행에 덧붙이는 경유지가 돼서는 안 된다. 관광객이 부산에서 출발했더라도 울산을 넣어야 여행의 내용이 달라지는 구조, 다시 말해 울산이 빠지면 완성되지 않는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 중편(8월 12일자 1면 보도)에서 살펴봤듯 울산에는 세계유산과 생태, 산업현장 등 다른 관광도시와 구별되는 자원이 있다. 중요한 것은 울산 안에 모든 종류의 관광콘텐츠를 갖추는 것이 아니라, 인근 도시가 대신하기 어려운 울산만의 경험을 분명하게 만드는 것이다.
결국 초광역 관광을 위한 앞으로의 과제는 ‘함께하겠다’는 선언을 실제 여행상품과 이동수단, 예약체계로 옮기는 일이다. 여행객이 지역의 경계를 느끼지 않고 이동하도록 만드는 하나의 관광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울산시는 동남권에만 국한하지 않고 인근 국내 대표 역사·문화도시인 경주와의 연계도 추진해야 한다. 실제 관광객의 여행경로에서는 울산과 맞닿은 경주를 빼놓을 수 없다.
부산의 도시·해양관광과 울산의 차별화된 관광자원, 경주의 역사·문화가 서로 다른 경험을 제공한다면 세 도시를 연결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경쟁력 있는 여행상품이 될 수 있다.
때문에 초광역 관광권도 행정구역을 먼저 정하고 관광지를 끼워 맞추기보다 실제 관광객의 이동거리와 선호 콘텐츠를 기준으로 유연하게 설계해야 한다.
지역관광의 경쟁 상대도 이제 옆 도시만은 아니다. 외국인이 한국에서 머무는 한정된 일정 안에 어느 권역을 선택하게 할 것인가의 경쟁으로 바뀌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먼저 길을 만들고 있다. 이제 울산이 만들 새로운 관광지도는 그 길을 따라 그려져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