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1·2학년의 수업 시간을 늘려 오후 3시 무렵까지 학교에 머물게 하는 방안이 다시 논의되고 있다. 맞벌이 가정이 겪는 돌봄 공백을 줄이겠다는 취지지만, 이를 모든 학생의 수업 시간을 일괄적으로 늘리는 방식으로 해결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는 근본적으로 따져봐야 한다.
무엇보다, 초등학교 1·2학년 아이들에게 오후 3시까지의 학교생활이 정말 필요한가.
초등 저학년은 학교와 집단생활에 적응하는 시기다. 교실 책상에 앉아 배우는 시간만큼이나 충분히 쉬고 자유롭게 놀며, 친구와 관계를 맺고 가족과 정서적 교감을 나누는 경험 역시 아이의 건강한 발달에 필수적이다.
교사노동조합연맹이 저학년 담임 경험 교사 4,6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97.7%가 교육시간 확대에 부정적이었고, 86.5%는 학생의 학습 피로와 학교 거부감을 우려했다. 초등교사노동조합이 초등학교 1·2학년 학생 2만9,13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도 92.8%가 방과 후 놀이 또는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원했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더 긴 수업이 아니라 충분히 쉬고 놀며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다.
이 논의는 처음이 아니다. 2018년에도 초등 저학년의 학교 체류시간을 오후 3시까지 늘리는 '더 놀이학교'가 제안됐지만, 학생의 피로와 교육·돌봄의 역할 논란 속에 정책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8년이 지난 지금 다시 유사한 논의를 한다면, 당시 제기된 문제가 얼마나 해소됐는지부터 충분히 살펴야 한다.
오후 3시 하교가 돌봄 공백의 근본적인 해결책인지도 의문이다. 오후 1시대 부터 발생하던 공백을 오후 3시로 늦춰도 부모가 오후 6시에 퇴근한다면 여전히 돌봄 공백은 남는다. 결국 문제의 시작 시점만 뒤로 옮기는 셈이다.
부모의 노동시간은 그대로 둔 채 아이들의 수업시간만 늘리는 방식으로 돌봄 문제를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된다. 어른의 노동시간에 아이의 하루를 맞추기보다 아이의 성장에 맞게 사회의 돌봄체계와 노동환경을 바꾸는 것이 먼저다.
이재명 정부가 지향하는 '돌봄기본사회'는 돌봄을 학교나 가정 한 곳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지역사회가 함께 책임지는 방향이다. 초등돌봄 역시 모든 아이의 수업시간을 늘리는 방식보다, 돌봄이 필요한 아이가 지역사회 안에서 충분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 그 취지에 더 가깝다.
학교는 학생의 발달과 교육적 필요에 맞게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돌봄의 책임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기업과 지역사회가 함께 나눠야 한다.
수업시간을 늘리는 것보다 돌봄의 책임을 넓히는 것이 먼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