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종 울산연구원 안전환경연구실장
김희종 울산연구원 안전환경연구실장

 카페에서 일회용 컵 대신 다회용 컵을 이용하고, 사용한 컵을 반납하면 다시 세척해 사용하는 모습이 이제는 낯설지 않다. 자원을 한 번 쓰고 버리는 소비방식에서 벗어나 다시 사용하는 순환경제를 생활 속에서 가장 쉽게 경험할 수 있는 사례다.

 울산에서도 이러한 변화가 시작된 지 3년째를 맞고 있다. 울산시는 2023년 말 시청 주변 카페를 중심으로 다회용 순환컵 서비스인 '울산컵'을 도입했다. 단순히 컵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회수, 세척, 재공급으로 이어지는 순환체계를 구축한 것이 특징이다. 성과도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울산컵 사용량은 2024년 7만4천952개에서 2025년 8만1천31개로 증가했으며, 2026년 5월까지 누적 사용량은 17만1천155개에 이른다. 일반 카페 이용량도 2024년 1만4천967개에서 2025년 2만7천251개로 크게 늘었고, 참여 카페 역시 2024년 16개소에서 2026년 19개소로 확대됐다.

 정책의 범위도 컵을 넘어 다회용 식기로 넓어지고 있다. 2024년부터 축제와 행사장에 다회용기를 본격 도입했고, 2025년에는 장례식장까지 확대했다. 축제·행사와 장례식장에서 사용된 다회용기는 2024년 이후 누적 121만 개를 넘어섰다. 작은 컵에서 시작된 정책이 이제는 다양한 생활공간의 일회용품을 줄이는 시스템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의미는 단순히 쓰레기 몇 개를 줄이는 데 있지 않다. 지금 세계는 생산하고 소비한 뒤 버리는 일방향 경제에서 자원의 사용을 줄이고 반복 이용하는 순환경제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탄소중립과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가 중요해질수록 생산뿐 아니라 소비와 폐기 과정까지 관리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 그런 점에서 울산의 노력은 의미가 크다. 다회용품을 반복해서 사용하려면 공급과 회수, 운송, 세척, 위생관리, 재공급이 하나의 체계로 연결돼야 한다. 울산은 지난 3년간 이러한 기반을 하나씩 만들어 왔다. 단순한 캠페인을 넘어 실제로 작동하는 순환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앞으로는 지금의 기반을 보다 안정적인 도시형 순환체계로 발전시켜야 한다. 시민들이 일상에서 울산컵을 쉽게 이용하고 반납할 수 있도록 참여 카페와 거점을 확대하고, 공공기관·대학·기업·체육시설 등 지속적인 수요처도 넓혀야 한다. 또한 사용량뿐 아니라 회수율, 반복 사용횟수, 일회용품 대체량, 탄소저감 효과 등을 함께 관리한다면 정책의 실효성도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민의 관심과 참여다. 아무리 좋은 순환 시스템을 만들어도 사용하고 반납하는 시민이 없다면 지속되기 어렵다. 카페에서 일회용컵 대신 울산컵을 선택하고, 사용한 컵을 정해진 장소에 반납하는 작은 행동이 순환경제를 움직이는 출발점이다. 행정이 기반을 만들고 기업과 기관이 참여 공간을 확대하며 시민이 일상에서 실천할 때 비로소 다회용 순환체계가 완성될 수 있다.

 3년 전 시청 주변의 작은 실험으로 시작한 울산컵은 이제 축제와 행사, 장례식장까지 이어지는 울산형 다회용 순환체계로 성장하고 있다. 아직 가야 할 길은 남아 있지만 그동안 울산시가 보여준 꾸준한 노력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 자원을 덜 쓰고 다시 사용하는 것이 중요해지는 시대에, 울산컵이 생활 속 변화를 이끄는 하나의 상징으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그 변화에 더 많은 시민이 함께해 주기를 희망한다.

김희종 울산연구원 안전환경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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