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신축 아파트의 전기차 충전시설이 화재 진압이 어려운 지하주차장에 집중된 점도 우려를 키운다.
8일 울산소방본부에 따르면 소방청은 전기차 화재 대응 강화를 위해 올해 3월 1일부터 ‘화재조기진압용 스프링클러설비의 화재안전성능기준’을 개정했다.
소방청의 새 기준은 건축물의 지하주차장에는 ‘습식 스프링클러’를 설치하고, 전기차 충전구역에는 화재에 빠르게 반응하는 ‘조기반응형 스프링클러 헤드(분사장치)’를 방호 반경 2.1m 이내로 설치하도록 했다.
문제는 이처럼 강화된 기준이 올해 3월 1일 이후 사업계획승인을 받은 건축물에만 적용되고, 이전에 승인 허가를 받은 건축물에는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는 2027년까지 약 1만3,500가구를 공급할 예정인 울산 다운2 공공주택지구의 경우 공공주택 18개 블록이 모두 올해 3월 전에 주택건설사업계획승인을 받은 탓에 강화된 스프링클러 설치 기준을 적용받지 않는다.
이에 따라 다운2지구 내 지어질 아파트 지하주차장에는 모두 기존 방식인 ‘준비작동식 스프링클러’가 설치될 예정이다.
그동안 주류였던 준비작동식 스프링클러는 화재감지기가 전기적 신호를 보내 밸브를 작동시킨 뒤 물이 배관을 통해 공급되는 방식이다. 하지만 화재 직후 작동 시점이 느린데다, 오류나 정전 등 문제가 생기면 작동이 아예 되지 않을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습식 스프링클러는 배관에 물이 항상 차 있어 화재가 발생하면 곧장 물을 분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조기반응형 헤드 역시 일반 헤드에 비해 열에 민감하게 반응해 분사 시점을 앞당길 수 있다.
울산소방본부 관계자는 “사업계획승인을 받은 공동주택에는 현행 화재안전성능기준을 소급 적용이 불가능하다. 권고 수준이 한계”라며 “사업계획승인은 받되, 아직까지 소방시설이 지어지지 않은 건축물도 있다. 기준대로 설비를 변경한다면 오히려 비용이 절감될 수 있어서 시공사도 충분히 받아들일 만한 권고일 것”이라고 전했다.
다운2지구 시행사인 한국토지주택공사 측은 “사업승인이 완료된 공동주택의 경우 준비작동식으로 배관구경, 펌프용량, 수조크기 등이 설계 완료 및 시공되고 있어 습식 스프링클러 설비로 변경 설치가 어렵다”며 권고 조치를 할 수 없단 입장이다.
전기차 충전시설이 지하에 몰려있는 부분도 우려스러운 지점이다.
현재 완공된 국민임대주택, 행복주택, 서사시티프라디움, 우미린더시그니처 아파트들은 전기차 충전시설이 모두 지하에 설치돼 있다. 심지어 국민임대주택·행복주택의 경우 별도의 지상주차장이 있음에도 전기차 충전시설이 모두 지하에 몰린 실정이다.
특히 우미린더시그니처의 경우 1,430세대 규모 대단지 아파트로, 지하주차장 규모가 크고 통로가 복잡한 데다, 전기차 충전시설이 지하 3층까지 분산·설치돼 있다.
전문기관이나 소방당국은 지하 2층 이내에 충전기를 설치할 것을 계속해서 권고하고 있다. 지상에 비해 지하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할 시 열기와 유독가스가 빠져나가기 어려워 소방대 진입과 초기 대응을 막을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한국화재보험협회가 제정한 ‘한국화재안전기준’에서도 부득이하게 지하에 충전기를 설치해야할 경우에는 지하 2층 이내에 위치하고 충전기는 건물 입구나 경사로 가까운 곳에 배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울산시도 전기차 충전시설을 지상으로 옮길 수 있도록 계속 유도하고 있지만 실적은 미미한 형편이다.
시는 지난해부터 ‘전기차 충전시설 화재예방 지원사업’을 통해 충전시설 지상 이설이나 안전시설 설치에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지원 대상은 지난해 42개 아파트, 올해 48개 아파트였지만, 지상 이설은 지난해 11건에 그쳤고 올해는 현재까지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울산시 관계자는 “최근 신축의 경우 지상주차장을 거의 짓지 않는 추세라 지상 이설을 요구하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가능한 지상 이설로 유도하되, 어렵다면 조기화재감지기, 질식소화포, 리튬소화기 등 각종 안전시설물을 구비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