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발표한 산업용 전기요금 지역별 차등 적용 설계안이 권역내 역차별 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설계안대로라면 울산이 속한 남부권(영·호남)은 다시 4개 권역으로 세분화돼 7~10%(㎾h당 13~18원) 수준으로 차등 할인된다. 그러나 이 같은 세부 설계 기준은 전력 생산 기여도라는 본질을 훼손할 뿐 아니라 권역 내부의 갈등을 유발하는 자충수가 될 소지가 다분하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균형성장’ 지표의 과도한 개입으로 인한 본말전도다. 설계안에 따르면 서울과의 거리, 사회·경제 지표, 인구소멸 위기, 산업위기지역 여부 등을 주요 잣대로 작용하면서, 상대적으로 산업 규모가 작고 소멸 위험 지역이 많은 호남권이 울산이나 부산 등 영남 산업도시보다 더 높은 요금 할인을 받을 공산이 커졌다. 울산은 원전과 대규모 발전 인프라를 떠안은 채 전력자립률 114%를 기록하고 있고, 새울 3·4호기가 준공되면 238%에 이르게 되는 대표적인 전력 생산·수출 기지다. 석유화학, 비철금속, 자동차 등 전력 다소비 제조업이 밀집해 막대한 전기를 소비하는 동시에 국가 기간산업을 떠받치고 있음에도, 단순히 도시 규모나 경제 지표가 양호하다는 이유로 남부권 내 최하위 할인율(13~15원)을 받게 된다면 이는 명백한 역차별이다.
이런 구조라면 울산은 수도권에 인접한 중부권(강원·충청, 10~15원 할인)과 비교해도 실질적인 요금 할인혜택을 누리지 못하게 된다. 지리적 불리함과 정주 여건의 열세를 딛고 수도권에 집중된 AI 데이터센터나 첨단 반도체 기업을 유치하기는커녕, 기존 주력 산업의 전력비 절감 효과마저 반감될 수밖에 없다.
지역별 차등요금제의 근본 취지는 송전비용과 원전 위험 등 사회적 비용을 분담한 지역에 합당한 보상을 제공하는 ‘발전 기여 비례 원칙’에 있다. 이를 망각한 채 시혜성 복지 정책처럼 인구 소멸 지표 등을 덧씌워 권역을 갈기갈기 쪼개는 것은 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다.
정부는 남부권 전체의 할인율을 대폭 상향 조정해 세부 구분을 하더라도 최저 할인 구간이 중부권 상한을 확실히 넘어서도록 격차를 벌려야 한다. 아울러 ‘발전 기여도’와 ‘원전 리스크’가 실질적인 요금 차이로 이어지도록 지표 설계를 전면 재검토해야 마땅하다. 전력 생산 거점 도시의 희생을 또다시 희석하는 세부 기준은 설득력을 얻을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