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멸이라는 말을 들으면 흔히 출산율과 인구 감소부터 떠올린다. 그러나 조금 더 넓게 보면 사람이 더 큰 도시로 모이는 현상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적으로 도시의 대형화와 집적은 계속되고 있다. UN에 따르면 인구 1,000만명 이상의 메가시티는 1975년 8곳에서 2025년 33곳으로 늘었다. 세계 인구의 45%가 도시에 거주한다.
왜 사람들은 계속 도시로 모일까.
과거에는 토지와 물이 생산의 중요한 조건이었다면, 지금은 사람과 지식, 기업과 네트워크가 핵심 생산요소가 됐다. 기업은 인재가 있는 곳으로 가고, 인재는 좋은 일자리와 교육·문화·주거환경이 있는 곳으로 이동한다. 기업과 사람이 모이면 다시 더 많은 기업과 사람이 들어온다.
이른바 '집적의 경제'다. OEC D 는 도시 인구가 두 배가 될 때 생산성이 약 2 ~ 5%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한다. 노동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기업과 인재의 연결이 쉬워지고, 지식과 아이디어가 빠르게 확산되기 때문이다.
한국의 수도권 집중 역시 단순히 사람들이 서울을 선호해서 생긴 현상으로만 보기 어렵다. 일자리와 기업, 교육과 문화, 자본이 수도권에 쌓이면서 다시 사람을 끌어들이는 순환이 만들어졌다. 2019년 수도권 인구가 전체의 절반을 넘어선 이후에도 집중은 계속되고 있다. KDI는 1970년 이후 수도권 집중 추세가 한 차례도 반전되지 않았으며, 최근에는 수도권의 지식기반 산업 성장과 비수도권 제조업 도시의 상대적 쇠퇴가 이를 강화했다고 분석했다(KDI, 2026).
그렇다면 울산은 어떨까.
울산은 자동차·조선·석유화학을 중심으로 국내 최고 수준의 제조업 기반을 갖춘 도시다. 그러나 그 강점이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인구 증가를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특히 청년층의 이동이 문제다. 2025년 2분기 울산에서는 1,280명이 순유출됐고 연령별로는 20대의 순유출률이 가장 높았다.
장기 전망은 더 무겁다. 통계청은 울산의 15 ~ 64세 생산연령인구가 2022년 대비 2052년 49.9%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다. 전국 시·도 가운데 가장 큰 감소폭이다. 공장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도시의 미래가 보장되기 어려워진다는 의미다.
그래서 나는 부산·울산·경남을 하나의 경제권과 생활권으로 연결하려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본다.
과거에는 '부울경 메가시티', 이후에는 '초광역 경제동맹'과 '행정통합' 등 여러 이름과 방식이 등장했다. 그러나 어떤 행정조직을 만드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부산·울산·경남이 실제 하나의 노동시장과 소비시장으로 움직일 수 있느냐다.
울산에서 일하면서 부산의 문화시설을 이용하고, 부산의 인재가 울산 기업으로 출퇴근하며, 경주를 찾은 관광객이 울산과 부산까지 함께 여행할 수 있다면 세 도시의 경계는 지금보다 훨씬 희미해진다. 비수도권이 각각의 행정구역 안에서만 사람과 기업을 붙잡으려 한다면 수도권이라는 거대한 경제권과 경쟁하기 어렵다. KDI 역시 지역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인프라를 나눠 갖는 방식보다 기존 거점도시의 생산성을 높이는 집중 투자가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울산이 준비해야 할 것도 여기에서 시작한다.
첫째는 일자리다. 생산시설의 일자리만으로는 부족하다. 본사 기능과 연구개발, 첨단산업과 전문서비스처럼 젊은 인재가 장기간 경력을 쌓을 수 있는 일자리가 함께 있어야 한다.
둘째는 정주환경이다. 좋은 직장이 있어도 교육과 문화, 주거와 교통에서 계속 아쉬움을 느낀다면 사람은 떠난다. 울산은 태화강 국가정원과 울산대공원, 영남알프스와 대왕암공원처럼 다른 산업도시가 쉽게 갖기 어려운 자연환경을 이미 가지고 있다. 도시철도 1호선 역시 2026년 공사에 들어가 2029년 말 개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부족한 것을 새로 만드는 동시에 이미 가진 자산을 연결해야 한다.
셋째는 외부의 돈을 끌어오는 구조다. 울산의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부산의 해양·문화자원, 경주의 역사·관광자원과 연결한다면 부울경 전체를 하나의 관광·소비권으로 만들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관광지 홍보에 그칠 것이 아니라 숙박시설과 광역교통, 상업·문화시설 같은 민간 인프라 투자까지 함께 따라와야 한다.
무엇이 먼저인지는 쉽게 말하기 어렵다. 일자리가 있어야 사람이 오지만 사람이 살고 싶은 도시여야 좋은 기업도 온다. 교통이 좋아져야 관광객이 오지만 수요가 보여야 민간도 호텔과 상업시설에 투자한다. 도시는 산업·인구·교통·주거·문화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성장한다.
사람은 이미 사람이 모이는 곳으로 더 모이고 있다. 이 흐름 자체를 막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울산의 목표도 단순히 '인구를 지키는 것'이어서는 부족하다. 사람이 왜 울산에 와야 하는지, 왜 이곳에서 직장을 얻고 집을 사고 아이를 키워야 하는지를 만들어야 한다.
이 질문은 결국 부동산과도 연결된다. 어떤 산업이 성장하고 어떤 사람들이 유입되며 어디에 교통과 생활 인프라가 만들어지는지를 이해하지 못하면 앞으로 어떤 주거지가 필요하고 어떤 상업시설과 업무시설이 살아남을지도 판단하기 어렵다. 부동산을 보기 전에 도시를 먼저 봐야 하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