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열린 부산시립미술관 재개관전 프레스투어 현장. 2층 전시장에 들어서자 해방 직후부터 한국전쟁 전후까지의 혼란한 시간을 다룬 작품과 기록자료가 이어졌다. 그 가운데 울산 관람객의 시선을 붙드는 이름이 있었다. 울산 울주 출신 독립운동가 이관술이다.
전시장에는 ‘조선정판사 위조지폐 사건’ 관련 자료와 함께 이관술을 다룬 신문 기사, 방정아 작가의 작품 ‘내 모욕을 씻어줘’가 배치됐다.
이관술은 울산 울주군 범서읍 출신으로 일제강점기 항일운동에 참여한 독립운동가다. 그러나 해방 이후 조선정판사 위조지폐 사건에 연루돼 사형을 선고받았고, 한국전쟁 발발 직후 대전 골령골에서 처형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사건은 오랫동안 논란이 이어졌으나, 지난해 12월 재심에서 허위 자백과 증거 부족 등이 인정돼 무죄가 선고돼 현재 독립유공자 서훈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방정아 작가의 작품 ‘내 모욕을 씻어줘’는 울산노동역사관이 대여한 작품이다.
작품은 이관술의 고향인 울산 울주군 범서읍 선바위 일대를 배경으로 한다. 어린 시절 선바위 근처에서 물놀이를 했다고 전해지는 이관술의 모습과 함께, 선바위공원 내 이관술 유적비가 보수단체의 망치 등에 의해 훼손되고 강제 철거가 시도됐던 장면이 담겼다.
전시는 이관술 개인의 삶을 넘어, 해방 이후 한국 사회가 겪은 이념 갈등과 국가폭력, 그리고 뒤늦게 이뤄진 명예회복의 문제를 되짚게 한다. 부산을 중심으로 해방기와 전쟁기의 시간을 다루는 전시 속에서 울산 출신 독립운동가의 이름과 고향의 장소가 다시 소환되고 있는 셈이다.
재개관 특별전은 ‘그러나 우리는 아직도 이 바다 높은 물결 위에 있다: 1945-1953’ 외에도 미술관의 사회적 역할을 모색하는 국제전 ‘퓨처 뮤지올로지’, 미술관의 기관·건축 기록을 돌아보는 ‘이 모든 어제의 미술관에게’, 어린이 전시 ‘안전기지’ 등으로 구성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