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동구에서 장사를 오래 해본 사람들은 안다. HD현대중공업이 활기를 띠면 그 분위기가 시장과 식당, 골목상권으로 그대로 이어진다는 것을. 회사와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발길이 늘고, 가족 외식이나 모임이 많아지면 지역 상권도 금세 온기를 되찾는다.
반대로 산업현장의 불안정이 길어지면 사람들의 지갑부터 닫힌다. 회식이 줄고 외식이 줄고, 시장과 골목의 분위기도 금세 달라진다. 특히 조선업과 지역경제가 긴밀하게 연결된 동구에서 HD현대중공업의 노사관계는 결코 회사 안의 일만은 아니다.
최근 HD현대중공업 노사의 교섭이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한 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있다. 여러 차례 협상이 이어졌지만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면서 교섭이 장기화되는 모습이다. 이는 결국 노사 모두에게 부담이 되고, 지역사회가 기대하는 안정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물론 땀 흘린 근로자들의 노고에 합당한 보상이 따라야 함은 당연하다. 들어보니 회사가 이번 교섭에서 조합원 1인당 평균 4천만 원에 육박하는, 역대 가장 큰 규모의 성과 보상안을 내놓았다고 한다. 현장의 노고를 가벼이 여길 수는 없겠으나, 이 정도의 보상안이 마련되었다면 서로의 노력을 충분히 존중한 바탕 위에서 타협점을 찾을 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교섭이 더 길어져 산업현장의 긴장과 불확실성이 커지면 근로자와 가족들의 소비심리에도 영향을 주고, 그 여파는 다시 식당과 시장, 골목상권으로 이어진다. 하루하루 매출에 민감한 지역 소상공인들에게 노사관계의 안정이 중요한 이유다.
올해 동구 상권의 사정은 특히 녹록지 않다. 경기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 8월 방어진활어센터 화재가 발생했고, 뒤이어 집중호우 피해까지 겹쳤다. 한 번의 어려움을 추스를 겨를도 없이 또 다른 어려움을 맞은 상인들에게 올해 여름은 참 길고 버거운 시간이었다. 그 과정에서 HD현대가 화재와 수해로 어려움을 겪은 지역사회를 위해 1억 원을 기부하며 손을 내민 일도 지역 상인들에게는 고맙게 기억되고 있다.
이제 추석이 코앞이다. 상인들에게 명절은 한동안 위축됐던 장사를 다시 일으켜 세우고 다음 계절을 버틸 힘을 얻는 소중한 기회다. 예년 같으면 상인들이 물건을 더 들이고 손님 맞을 준비에 분주할 시기지만 올해는 “이번 대목마저 놓치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부터 앞선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어느 한쪽의 무조건적인 희생을 바라자는 뜻은 아니다. 다만 근로자들의 노고가 결코 작지 않듯, 회사가 마련한 성과안 역시 결코 가볍지 않은 결단이었음을 노사가 서로 헤아려주었으면 한다. 지역경제와 생업을 함께 지켜온 사람의 한 사람으로서, 지금의 교섭이 더 이상 제자리걸음을 하지 않고 서로의 이해와 공감 속에서 타결이라는 결실을 맺기를 바란다.
지난간 시절의 이야기지만 과거 추석이 다가오면 노사가 하나가 되어 화합의 모습을 보여온 아름다운 추억이 남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추석은 단순한 명절의 의미를 넘어선 상징성을 가진 날이다. 지역사회가 노사 간 신뢰를 바탕으로 화합을 희망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추석에는 동구의 시장과 골목에 다시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으면 한다. 힘든 여름을 보낸 상인들의 얼굴에도 모처럼 웃음이 돌아오고, 그 시작에 HD현대중공업 노사의 반가운 합의 소식이 함께하길 간절히 기대해 본다.
남기환 울산 동구 소상공인연합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