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조 울산시의회 산업건설위원장

 염포는 오래전부터 바다를 통해 세상과 이어진 곳이었다. 

 조선 세종 8년인 1426년 부산포·제포와 함께 삼포 가운데 하나가 됐고, '소금이 나는 갯가'라는 이름처럼 바다와 사람, 교역이 만나는 생활의 터전이었다.

 '누리'는 세상이라는 뜻을 가진 우리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염포누리길이라는 이름은 염포의 역사와도 잘 어울린다. 과거 바다를 통해 세상과 이어졌던 염포가 이제는 길을 통해 사람을 만나고, 지역의 역사와 자연, 산업의 풍경을 널리 보여주는 공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침 반가운 계기도 마련됐다. 울산시가 국토교통부의 2027년도 개발제한구역 주민지원사업 공모에 선정되면서 염포누리길 정비에 총 9억원이 투입된다.

 이번 사업을 단순히 길 하나를 정비하는 사업으로 봐서는 안 된다. 

 사람들이 다시 염포를 찾고 머물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 지역에 새로운 흐름을 불어넣는 출발점이 돼야 한다.

 염포산에 오르면 도심과 주거지, 울산대교와 산업단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밤이면 항만과 공장의 불빛이 바다와 어우러져 산업도시 울산만의 독특한 풍경을 만든다. 

 한쪽에는 오래된 바다의 역사가 있고, 다른 한쪽에는 대한민국 산업화를 이끌어 온 울산의 현재가 있다. 자연과 역사, 산업의 풍경을 동시에 품고 있다는 점은 염포만이 가진 자산이다.

 하지만 이러한 자산이 아직 지역의 활력으로 충분히 이어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과거 산업화 과정에서 중요한 배후 주거지였던 염포동은 인구 감소와 상권 위축, 주거환경 노후화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인구 감소는 단순히 주민등록상의 숫자가 줄어드는 문제가 아니다. 동네 가게의 손님이 줄고, 주민이 누릴 수 있는 문화와 여가의 기회가 줄면서 지역의 활력까지 약해진다.

 그래서 염포누리길은 걷기 좋은 길을 넘어 머물고 싶은 길이 돼야 한다.

 주요 전망 지점에서는 염포의 역사와 울산 산업화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어야 하고, 밤에도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보행 환경과 휴식 공간을 갖춰야 한다. 

 계절별 걷기 행사와 역사 해설, 청소년 체험활동, 주민 참여 문화 행사처럼 사람을 계속 불러올 콘텐츠도 필요하다.

 특히 염포산 전망대는 분명한 색깔을 가질 수 있다. 낮에는 울산의 자연과 산업을 보고, 밤에는 산업도시의 빛을 만나는 곳. 그런 공간이 된다면 염포누리길은 한 번 지나치는 산책로가 아니라 다시 찾고 싶은 장소가 될 수 있다.

 인구 감소 시대에는 정주 인구뿐 아니라 지역을 찾고 머무는 사람에도 주목해야 한다. 관광객이 염포를 찾고, 인근 산업단지 근로자가 퇴근 후 산책을 하고, 가족 단위 방문객이 지역 음식점과 상점을 이용한다면 그 자체가 지역에 새로운 활력을 만든다. 길이 사람을 부르고, 사람이 다시 골목과 상권에 온기를 더하는 선순환이 필요하다.

 동구 서부동과 북구 염포동 일원에서 추진되는 남목일반산업단지도 이러한 변화를 뒷받침할 기회다. 산업단지의 효과를 기업 유치와 일자리 숫자로만 평가해서는 안 된다.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어디에서 식사하고, 쉬고,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지까지 함께 바라봐야 한다.

 남목산단과 염포누리길, 염포산 전망대를 하나의 생활·문화권으로 연결한다면 산업정책의 효과를 지역 상권과 주민의 삶으로 확산시킬 수 있다. 

 염포가 단순히 출퇴근하고 지나가는 곳이 아니라 일하고, 걷고, 쉬고, 머무는 동네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준공 이후다. 길과 시설을 정비하는 것은 시작일 뿐이다. 

 사람이 다시 찾게 만드는 것은 콘텐츠이고, 그 길을 오래 살아 있게 만드는 것은 주민의 참여다. 주민과 상인, 학교와 기업이 함께 염포누리길을 이용하고 가꿔 나갈 수 있어야 한다.

 염포는 한때 바다를 통해 세상과 이어졌던 곳이다. 이제 염포누리길은 과거와 현재를 잇고, 산업과 일상을 잇고, 사람과 지역을 잇는 길이 되어야 한다.

 길의 가치는 얼마나 길게 이어졌는지가 아니라, 그 길을 따라 얼마나 많은 사람이 오고 머무느냐에 있다. 

  염포누리길이 지역에 새로운 사람의 흐름을 만들고, 염포의 새로운 10년을 여는 길이 되기를 기대한다. 백현조 울산시의회 산업건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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