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발행된 조동화 시인의 대표시집 『나 하나 꽃 피어』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나 하나 물들어 산이 달라지겠냐고 말하지 말아라. 내가 물들고 너도 물들면 결국 온 산이 훨훨 타오르는 것 아니겠느냐”
만산홍엽! 조금 있으면 전국의 산들이 시차를 두고 온통 단풍으로 물들 것이다. 꽃보다 더 아름다운 그 모습을 상상하니 벌써 가슴이 뛴다.
그러나 또 다른 모습으로 단풍처럼 다가온 소나무재선충의 붉은 흔적은 이미 영남 일대를 뒤덮고 북상 중이다. 높고 낮음을 구별 없이 온 산을 활활 불태우듯 물들이고 있는 사악하고 기세등등한 붉은 군대의 위력앞에 속수무책이다. 그나마 미온적으로 움직이던 당국의 허약한 방재 능력을 비웃으며 우리의 소중하고 쓰임새 많은 소나무를 거의 멸종에 이르게 하고 있다. 푸른 활엽수 속에 점점이 또는 군락지를 이루던 소나무의 붉은 병변은 이제 더 이상 숨길 수도 없게 됐다 .
정부의 방재 대책은 완벽히 실패했고, 그들은 모두 전쟁에 패배한 일선 현장을 이미 떠난 것처럼 보인다. 예산 타령과 인원 부족, 끝없는 변명을 듣는 국민도 이제 지쳤다. 기성 언론도 답 없는 답을 기다리다 포기하고 말았는지 일제히 입을 닫고 있다.
방재에 나섰던 정부와 자치단체의 모든 노력과 방법이 완벽히 실패했다면 이제 생각과 접근방법을 바꿔야 할 것이다.
일부 전문가에 따르면 기후변화와 숲의 환경 변화로 소나무의 성장환경이 바뀌고 있다. 그러나 환경 변화가 방재 실패에 대한 변명이 될 수는 없다. 우리 산림면적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활엽수의 기세에 밀려나고 있는 소나무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이에 더하여 방재에 손 놓고 우왕좌왕하는 사이 더욱 병약하게 된 소나무는 속수무책으로 고사하는 중이라는 결론이다.
전쟁의 폐허 위에서 대한민국은 전 국민의 노력으로 산림녹화에 성공했다. 전국의 푸른 산을 바라보면 민둥산에 나무를 심고 정성 들여 키워 온 선배들의 노고가 가슴 깊이 느껴온다. 그러나 그동안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산림에서 이익을 얻기에는 갈 길이 멀다.
정부와 산림청은 어떤 계획으로 산을 바라보고 있는가? 재선충 방재에 임하는 그들의 자세를 보면 아무것도 기대하지 말고, 차라리 두 눈을 감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는 울산군의 경우를 보자. 울주군의 총 산림면적은 51,856 ha이고, 이는 울산시 전체 산림면적 68,001ha의 약 76.3%다. 울주군 주요 방재 지역은 서생면, 온산읍, 청량면, 웅촌면, 두서면, 상북면 등이다. 2025년 울주군은 운화리와 김해, 밀양 일대 21,674ha를 공동 방재 구역으로 설정하고 집중적으로 방재했고 상반기 전체 사업에서 고사목 11,878본을 제거하고 약 15억 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2026년 6월부터 두동면 일대의 항공방재 3회 실시를 위한 직무훈련도 진행했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급속히 번져가는 재선충을 막기에는 가소로운 몸부림에 불과하다.
최근 일부 당국과 산주들이 재선충 피해를 줄이고자 수종 개선에 나서고 있다. 산불 피해 현장 조사에서 드러난 소나무의 발화성과 송진으로 인한 화원 확산의 위험을 줄이려고 소나무를 제거하고 편백 식재에 나섰고 일부 성과를 보이고 있다. 일부지역에서 편백 숲 체험과 힐링 명소가 등장해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러나 편백도 기능의 우수성은 인정되지만, 다량의 송진을 품고 있어 산불의 위험은 더 커지고 있다. 그리고 수종 개선을 위해 활엽수와 소나무를 전부 제거하고 편백 등을 심는 방식은 기초부터 틀렸다는 것이 전문가의 의견이다.
소나무재선충 방재는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고 당국을 원망하는 것도 이제 무의미한 일이 되고 말았다. 정부와 언론도 외면한 죽음의 그림자 소나무재선충, 아무리 눈감고 모른척해도 온 산에 즐비한 고사목 처리를 어떻게 할 것인가는 여전히 남는다. 수십만 그루가 넘을 그 고사목 처리는 누가,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당국의 계획을 국민은 원망 가득한 눈으로 묻고 있다.
언제까지 손 놓고 넋 나간 사람처럼 저 처절하고 붉은 비명을 듣고 있을 것인가? 정부와 자치단체의 대책이 궁금하기 짝이 없다. 답해보라! 무슨 대책이라도 있긴 한가?
조경환 태양복지재단 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