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중심은 학생이어야 한다. 울산교육청도 그동안 ‘아이 중심 교육’을 강조해 왔다. 그러나 정책의 진정성은 구호가 아니라 예산이 어디에 쓰이고, 학교 현장에 어떤 변화가 나타나는지로 확인해야 한다.
울산교육청의 2026년 총예산은 2조2천713억 원 규모다. 교육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인건비와 경상경비가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공무원 보수 인상과 물가 상승, 학생 수 변화, 세입 여건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고정성 지출이 계속 늘어난다면 학생 교육활동과 학교 현장에 직접 투자할 재정 여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년도 예산 편성이 아니라 중장기적인 재정 운용이다. 학생 수 감소와 세입 여건 변화에 대비하고, 인건비와 운영비 등 고정적으로 발생하는 지출을 면밀히 관리해야 한다. 다른 지방자치단체와 교육기관에서 재정건전성 문제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울산교육청도 예외일 수 없다.
문제는 인건비만이 아니다. 조직과 시설, 사업이 확대되면 이에 따른 인력과 운영비가 지속적으로 발생한다. 한 번 만들어진 조직과 사업은 축소하거나 폐지하기도 쉽지 않다. 초기 사업비만 볼 것이 아니라 향후 발생할 인건비와 운영비, 학생에게 돌아가는 교육적 효과까지 함께 따져야 한다.
새로운 사업이 추진될 때마다 학교 현장에는 계획서 작성, 자료 제출, 실적 관리, 결과 보고 등의 업무가 뒤따른다. 사업 하나가 늘어날 때마다 교사의 행정 부담이 커지고, 그만큼 수업과 학생 지도에 쓸 시간은 줄어들 수 있다.
교육청은 학교를 지원하기 위해 존재한다. 학교가 교육청의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교육청의 정책이 학교 현장을 돕기는커녕 또 다른 행정 부담으로 작용한다면 정책의 목적을 되돌아봐야 한다.
교육청의 성과도 조직의 규모나 사업의 숫자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기초학력이 실제로 향상됐는지, 진로·진학 지원이 학생에게 도움이 됐는지, 교사의 교육활동이 개선됐는지, 학생들이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는지를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
이를 위해 몇 가지 원칙이 필요하다.
첫째, 교육청 조직과 사업에 대한 객관적인 성과평가를 정례화해야 한다. 기능이 중복되거나 성과가 낮은 조직과 사업은 과감하게 통합·조정해야 한다.
둘째, 기초학력, 진로·진학, 독서·인성교육, 예체능 활동, 진로 ㆍ학업역량 강화 교육,취약계층 학생 지원등 학생에게 직접 돌아가는 교육활동에 재정을 우선 배분해야 한다.
셋째, 노후 학교시설과 냉난방, 체육·급식·안전시설 등 학생들이 매일 체감할 수 있는 교육환경 개선에 투자해야 한다. 거창한 신규 기구 확대 ㆍ조직 확대 사업보다 학생들이 생활하는 교실과 학교를 안전하고 쾌적하게 만드는 일이 우선일 수 있다.
넷째, 신규 사업을 추진할 때는 학교의 행정 부담과 교육적 효과를 사전에 검토해야 한다. 일정 기간이 지난 뒤 성과를 평가하고,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거나 효과가 낮은 사업은 자동으로 재검토하는 일몰제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교육행정의 본질은 조직의 규모가 아니라 학생의 성장이다. 한정된 교육재정을 어디에 우선 배분할 것인지는 교육의 철학과 직결된다.
울산교육청은 이제 조직을 키우는 행정보다 학교를 지원하는 행정에 집중해야 한다. 필요한 조직과 인력은 유지하되 중복되는 사업과 불필요한 행정 부담은 줄이고, 교육재정과 행정 역량을 학생과 교실에 더 많이 돌려야 한다.
‘아이 중심’은 구호가 아니라 예산과 학교 현장의 변화로 증명해야 한다. 울산교육청이 학생과 학교를 위한 교육행정으로 신뢰를 얻기를 기대한다.
박봉철 울산교총 상임고문·본지 독자권익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