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가 울주군 온산읍 앞바다에 추진 중인 ‘남신항 에너지허브 2단계 사업’의 하부 기초 인프라를 국가재정사업으로 전환해 줄 것을 정부와 정치권에 공식 건의했다는 소식이다. 총사업비 1조 784억 원 중 접안시설, 호안, 매립 등 공공 하부시설 조성비 3,979억 원을 국비로 분담하고, 저장탱크와 공급설비 등 상부 시설 6,805억 원은 민간 투자를 유치해 속도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대규모 항만 인프라 구축의 불확실성을 걷어내기 위한 매우 현실적이고 타당한 결단이다.

남신항 2단계 사업은 34만 7,000㎡의 부지를 조성하고 7만DWT급 액체화물 부두 2선석을 확보하는 대역사다. 이곳은 단순한 유류 저장고를 넘어 샤힌 프로젝트 본격 가동에 따른 석유화학 물류 수요를 소화하고, 부유식 해상풍력과 친환경 암모니아 벙커링 등 미래 에너지를 비축·공급하는 국가 전략 거점으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이러한 국가 차원의 핵심 기간망을 민간 자본에만 맡겨두는 것은 한계가 뚜렷하다. 초기 매립과 접안시설 등 하부 인프라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드는 반면 단기 회수율이 낮아 민간 사업자로서는 진입 장벽이 크다. 초기 리스크가 큰 항만 토대는 국가가 책임지고, 고부가가치 상부 저장 설비는 민간이 맡는 ‘공공-민간 협력 모델’로의 전환은 투자 불확실성을 낮추고, 사우디아라비아 등 해외 에너지 대기업의 자본 유치를 앞당기는 가장 확실한 지름길이다.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재편과 탄소중립 전환 속도에 대응하기 위해선 남신항 개발이 더 이상 지체되어선 안된다. 당초 계획상 사업 기간이 2025년부터 2035년까지로 잡혀 있으나, 하부 기초공사가 늦어지면 상부 민간 투자와 연관 신산업 생태계 구축 전체가 줄줄이 표류할 수밖에 없다. 사전타당성 검토를 거쳐 사업성과 공공성을 면밀히 입증하는 한편, 신속한 착공을 위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등 전향적인 행정 조치가 뒤따라야 하는 이유다.

남신항 에너지허브는 지자체의 지역 사업이 아닌 대한민국 에너지 안보와 미래 수출 경쟁력을 떠받칠 국가 핵심 기반시설 구축 사업이다. 정부와 해양수산부는 울산항의 미래가 곧 국가 경제의 성장 동력임을 직시하고, 남신항 하부시설의 국비 전환과 예타 면제 등 제도적 지원을 결단해야 한다. 지역 여야 정치권 역시 정파적 이해를 넘어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이 사업이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초당적으로 힘을 실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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