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울산조선소에서 부분파업하던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모습. 울산매일 포토뱅크
올해 울산조선소에서 부분파업하던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모습. 울산매일 포토뱅크
HD현대중공업 노사가 120일간 이어진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에서 기본급 12만원 인상 등을 담은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2016년 이후 1차 잠정합의안은 모두 부결된 전례가 있는 만큼, 이번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이러한 공식이 깨질지 주목된다.

# 1인당 총 4,056만원 보상효과...영업이익 N% 성과급은 빠져

30일 HD현대중공업과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노조)는 기본급 12만원 인상(호봉승급분 5만원 포함), 일시금 1,100만원, 수주경쟁력 확보 지원금(구 통상임금) 200%, 성과급 지급 등이 담긴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이는 전날인 29일 오후 2시부터 진행된 22차 본교섭을 이날 오전 4시까지 14시간가량 이어간 끝에 나온 결과다.

잠정합의안에는 출산 축하 휴가를 기존 10일에서 20일로 늘리고, 5년 근속 시 현행 10만원→50만원 지급·10년 근속 시 현행 60만원→100만원 지급 등 ‘장기근속자 포상’을 확대하는 내용도 담겼다.

일시금을 늘리는 대신 노조가 그동안 요구해 온 ‘영업이익의 30% 성과공유’는 빠졌다. 삼성전자 사례를 시작으로 제조업 전반에 영업이익의 N% 성과급 지급 요구가 확산한 바 있다. 동종업계인 삼성중공업 노사의 경우 초과공유성과급(OPI)의 재원을 영업이익의 10%로 하는 데 합의하기도 했다.

또 매출 및 생산 물량에 고려한 2027년 생산기술직 신규 채용과, ‘정년연장’ 관련 법 개정 시 노사가 세부 시행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회사 측은 이번 합의안이 역대 최고 보상이자, 조합원 1인당 4,056만원의 총 보상 효과가 있다고 본다.

이는 전년도 타결안과 비교하면 1인당 총 보상효과가 1,061만원 늘어난 수준이다. 세부적으로는 기본급이 395만원에서 348만원으로 줄어든 반면, 격려금은 906만원에서 1,656만원으로, 성과급은 1,694만원에서 2,052만원으로 각각 늘었다. 다만 경영성과급은 지난해 지급률인 638%에 추가 100%를 적용한 것을 가정해 산정한 금액이다.

더욱이 HD현대중공업 단체협약 기준으로 HD현대미포제도의 장점을 고려해 ‘단체협약 통합안’을 마련했다는 것이 노사의 공통 설명이다.

올해 교섭은 지난 6월 2일 상견례 이후 120일 가까이 이어지며 장기화했다. 노조는 이번 교섭 과정에서 모두 7차례에 걸쳐 총 37시간 부분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 굳어진 ‘1차 부결 공식’ 깨지나...즉각 타결 시 유급 4시간 추가 인정

이번 잠정합의안이 주목받는 이유는 그간 노조가 1차 잠정합의안을 가결한 사례가 드물었기 때문이다.

최근 10년간 사례를 살펴보면 노사는 2016년 교섭 이후 1차 잠정합의안(2년치 통합교섭 포함)이 조합원 투표에서 매번 50~60%대로 부결되는 흐름을 보여왔다.

이에 따라 오는 2일 예정된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이번 잠정합의안이 가결될 경우 ‘1차 잠정합의안 부결’이라는 기존 흐름에도 변화가 생기게 된다.

회사는 굳어진 1차 부결 공식을 깨고자 이번 잠정합의 찬반투표 가결 시 유급 4시간 추가 인정하기로 했다. 만약 2일 조합원 찬반투표서 과반 찬성으로 잠정합의안이 가결되면 올해 교섭은 마무리된다.

업계에서는 앞서 임금협상을 타결한 삼성중공업 사례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삼성중공업은 정기승급분을 포함한 기본급 13만1,786원 인상과 격려금 700만원, 영업이익의 10% 성과급 등에 합의한 바 있다.

현재 HD현대중공업 노조(미포위원회 포함)에는 8,127명의 조합원이 있다. 현대건설기계·현대일렉트릭 등 각 지회를 포함하면 현대중공업지부의 총 조합원은 1만67명에 이른다.

노조는 교섭속보를 통해 “투쟁과 단결이 있었기에 영업이익과 관계없이 고정급 최소 5만원의 인상액을 만들었고, 14년만에 장기근속 포상도 인상했다”며 “오래 묵은 제도 변화를 이끌어냈다”고 평했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이번 잠정합의안은 노사가 오랜 고민과 협의를 거쳐 마련한 결과”라며 “구성원들의 충분한 이해와 공감을 바탕으로 최종 타결로 이어져, 노사가 함께 회사의 경쟁력을 높이고 지역경제에도 활력을 더해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한편 울산상공회의소는 입장문을 통해 “조선업은 오랜 불황을 딛고 수주 증가와 실적 개선을 바탕으로 다시 도약할 기회를 맞고 있다”며 “이번 잠정합의안이 원만하게 최종 타결되고, 노사가 상호 신뢰와 존중을 바탕으로 생산 안정과 경쟁력 강화에 함께 힘을 모아주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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