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영 전 남구의회 의원
이소영 전 남구의회 의원

  울산 트램 1호선 사업은 행정이 추진을 결정했지만, 그 비용과 3년 이상의 생활 불편은 결국 시민이 감당해야 한다.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명분만으로 시민의 희생까지 당연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사업을 결정하는 행정과 그 결과를 감당하는 시민의 입장은 다르다. 시민은 3년 이상 교통체증과 우회로 이용, 이동시간 증가를 일상에서 직접 겪어야 한다.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이유로 현재의 부담을 요구하는 결정은 과연 충분한 설득력을 갖추고 있는가.

울산시는 사업 중단 시 확보한 국비 420억 원 가운데 교부된 75억 원의 반납 문제와 입찰·계약에 따른 매몰비용 약 100억~123억 원, 손해배상 등 법적 분쟁을 우려했다. 계약과 법적 책임을 무시한 채 사업을 중단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중단에 따른 손실이 사업을 계속하는 선택의 타당성까지 입증하는 것은 아니다. 이미 발생한 비용과 앞으로 추가로 투입할 비용은 구분해야 한다. 추진과 중단의 비용을 같은 기준에서 비교하고, 판단의 근거를 시민에게 공개해야 한다.

사업을 계속한다고 재정 부담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현장 여건에 따른 공사비 증가와 개통 이후 운영 적자가 발생할 수 있다. 운영 적자에 관한 추산이 제기된 만큼 예상 이용객과 운임 수입, 인건비와 유지관리비 등 산출 근거를 공개해야 한다. 장기적인 운영 부담이 다른 공공서비스 예산을 제약하지는 않을지도 따져야 한다. 건설비뿐 아니라 개통 이후 운영비까지 포함해 사업의 경제성과 공공성을 검증해야 한다.

시민이 치르는 비용은 세금만이 아니다. 교통체증으로 낭비되는 시간과 추가 연료비, 일상의 불편도 실질적인 손실이다. 울산시는 신호 조정과 우회도로 확보, 출퇴근 시간대 버스 집중 배차 등의 대책을 제시했다. 그러나 대책을 마련했다는 사실만으로 효과가 입증되는 것은 아니다. 공사 전후 통행시간과 교통량, 대중교통 이용 변화 등을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공개해야 한다.

공영주차장 요금 인상도 따져볼 문제다. 요금을 올린다고 도로 위 차량이 반드시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어려운 시민에게는 교통 개선책이 아니라 가계 부담의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교통량 감소 효과를 검증하고, 대중교통 접근성과 배차 간격을 개선해 시민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공사로 불편을 겪는 시민에게 추가 비용까지 요구한다면 그 필요성과 효과를 더욱 분명히 설명해야 한다.

물론 트램의 필요성을 공사 기간의 불편과 재정 부담만으로 판단할 수는 없다. 교통약자의 이동권을 보장하고, 초고령사회에 대비한 대중교통 체계를 마련하며, 청년이 머물고 싶은 도시환경을 만드는 일도 울산의 중요한 과제다. 그렇다면 트램은 이러한 미래의 필요에 얼마나 부합하는가. 노선이 교통취약계층의 생활권과 연결되는지, 환승과 배차는 편리한지, 시민의 이동 여건을 얼마나 개선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답해야 한다. 청년 정착에 필요한 일자리와 주거 등 여러 조건 속에서 교통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도 현실적으로 살펴야 한다. 미래의 편익은 구호가 아니라 검증 가능한 근거로 제시돼야 한다.

전임시장이 추진한 사업이라는 이유로 필요성을 부정해서도 안 되고, 현시장이 계속 추진한다고 타당성이 입증되는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누가 시작하고 이어가느냐가 아니라 시민의 삶에 어떤 결과를 가져오느냐다. 정치적 책임 공방을 넘어 행정은 사업 추진의 명분뿐 아니라 시민이 감수할 비용과 불편을 넘어설 만큼 분명한 공공의 편익을 입증해야 한다.

시민이 요구하는 것은 무조건적인 사업 반대가 아니다. 건설비와 운영 적자, 교통대책의 실효성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실제 결과에 따라 보완하라는 것이다. 트램의 성과는 선로를 놓고 차량을 운행하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시민이 편리하게 이용하고 장기적인 재정 부담을 감당할 수 있으며, 공사와 운영 과정에서 치른 시간과 비용에 상응하는 편익을 얻어야 한다.

행정은 사업을 결정할 권한이 있지만 시민에게 희생을 요구할 때는 그 부담을 설명하고 줄일 책임도 있다. 미래를 위한 투자라면 그 가치를 시민에게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시민의 세금과 시간이 당연한 희생으로 취급돼서는 안 된다. 이소영 전 남구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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