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희 울산광역시 중구 공원녹지과장
김정희 울산광역시 중구 공원녹지과장

정원에는 계절이 머문다. 봄에는 새싹이 눈을 뜨고, 여름에는 짙은 녹음이 그늘을 만들며, 가을에는 꽃과 잎이 저마다의 색으로 익어간다. 필자는 정원의 아름다움이란 조성 면적이나 식재 수량 같은 숫자가 아니라, 계절 앞에 멈춰 선 누군가의 걸음에서 완성된다고 믿는다.

울산 중구는 태화강국가정원을 품고 있는 사계절 정원도시다. 현재는 2028년 울산국제정원박람회 개최를 위한 다양한 준비가 이어지고 있다. 그 준비는 박람회장에만 머물지 않는다. 우리 동네 골목과 길가, 자투리땅 하나하나까지 정원으로 변신하고 있다.

가을이 깊어진 요즘, 고즈넉한 정취를 느끼고 싶다면 우정혁신도시 종가로를 걸어보자. 골드클래스아파트에서 태화연까지 7㎞가량 이어지는 이 길은 공공기관 청사가 줄지어 선 도시의 길로 익숙한 곳이지만, 천천히 걷다 보면 달라진 풍경을 마주하게 된다. 바람길다님숲의 그늘을 지나 공공기관 앞 사계절 가로정원에 이르면 꽃과 풀이 어우러진 풍경이 발걸음을 붙잡는다. 어느새 길을 걷던 사람은 휴대전화를 꺼내 사진을 찍는다. 꽃과 풀이 배경이 되는 순간, 평범한 일상도 한 장의 아름다운 풍경이 된다. 종가로는 이제 시민들의 일상을 담는 산책길이자 사진 명소로 변해가고 있다.

원도심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정원을 만날 수 있다. 성남동 시계탑거리의 가로화단은 정원수와 초화가 어우러진 정원형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주요 도로변 가로화분에서는 시기마다 새로운 꽃이 계절의 변화를 알린다. 울산시립미술관 옆 사면 정원은 미술관의 현대적인 분위기와 어우러져 또 다른 볼거리를 선사한다. 미술관에서 전시를 감상하고 정원을 거쳐 문화의거리로 향하는 길에서 문화와 자연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주민과 함께 골목과 자투리땅을 가꾸는 한뼘정원, 주민의 손길로 완성하는 으뜸정원, 전국 우수 생활정원에 선정된 우정동 실외정원 가온마실길도 빼놓을 수 없는 명소다. 이 장소들의 공통점은 거창한 시설보다 사람의 정성과 시간이 풍경을 만든다는 것이다. 정원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존재하는 공간이 아니라 주민이 함께 가꾸고 누리는 생활의 공간이라는 점을 되새기게 한다.

겨울이 오면 정원도시는 또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지난겨울 문화의거리에는 대형 성탄절 나무와 루미나리에가 불을 밝혀 원도심을 따뜻하게 물들였다. 꽃이 진 자리를 빛이 채우며 연말의 설렘을 더했다. 이처럼 정원도시의 아름다움은 꽃이 피는 계절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리고 지금, 가을의 정원에서는 내년 봄을 위한 준비가 시작된다. 지역 곳곳에 심고 있는 수선화와 튤립, 히아신스 같은 구근식물은 추운 계절을 지나 봄이 되면 화사한 꽃으로 피어날 것이다. 꽃이 피는 시간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꽃이 피기까지의 시간이다. 관수와 제초, 보식 등 눈에 잘 띄지 않는 관리가 이어져야 정원은 계절마다 제 모습을 지킬 수 있다. 중구와 큰애기정원사와 함께하는 정원 가꾸기도 그러한 노력 중 하나다. 주민이 직접 배우고 익힌 정원관리 기술과 정성 어린 손길이 동네 곳곳에 더해질 때 정원도시의 풍경은 더욱 깊고 풍성해진다.

가을의 정원을 걷다 보면 계절마다 저마다의 선물을 준비해 두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올가을에는 집 가까운 종가로 정원길이나 울산시립미술관 옆 정원에서 잠시 느리게 걸어보시길 권한다.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사진 한 장을 남기고, 잠깐의 여유도 즐기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지금 눈에 보이지 않는 땅속의 준비도 기억해 주셨으면 한다. 흙 속의 작은 구근 하나가 겨울을 견디고 봄꽃으로 피어나듯, 오늘의 정성은 내일의 풍경이 될 것이다. 사계절 정원도시 중구의 가을은 그렇게 겨울을 준비하고, 다시 봄을 기다린다. 조금씩 깊어지는 정원도시의 내년 봄이 벌써 기다려진다.

김정희 울산광역시 중구 공원녹지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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