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직원들이 회의를 하고 있다. 울산교육청 제공
울산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직원들이 회의를 하고 있다. 울산교육청 제공
울산교육 현장에서는 교육공동체의 신뢰를 회복하고 상호 존중의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한 고민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학교 안에는 직종과 세대 간 소통의 어려움, 업무 갈등, 제도적 한계 등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본지는 ‘소통의 벽을 넘어, 존중의 학교로’를 주제로 학교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방안을 짚어본다. 구성원들이 겪는 보이지 않는 장벽부터 협력과 소통의 변화, 교육청의 제도적 지원, 상호 존중 문화의 정착까지 살펴보며 신뢰받는 교육공동체로 나아가기 위한 방향을 모색한다. 편집자 주

# 저·고연차 교사부터 직종 간 갈등까지…교내 소통의 벽

학교는 학생들의 배움과 성장을 지원하는 공간이지만, 정작 학교를 움직이는 구성원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장벽이 존재한다. 교사와 관리자, 저연차와 고연차 교사, 교원과 행정직·교육공무직 등 서로 다른 위치에 있는 구성원들이 업무와 조직생활을 둘러싸고 갈등을 겪기도 한다. 오랜 관행과 위계적인 문화 속에서 의견을 자유롭게 내기 어렵고, 충분한 대화 없이 업무 지시가 이뤄지면서 감정의 골이 깊어지는 경우도 있다. 교육공동체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학교 현장에 자리 잡은 소통의 장벽부터 들여다봐야 한다.

# “예전부터 해온 방식”…세대 간 좁혀지지 않는 간극

학교 안 소통의 어려움은 직종 간 업무 갈등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같은 교사 사이에서도 경력과 세대에 따라 업무 방식이나 조직문화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 갈등이 생길 수 있다.

저연차 교사들은 기존 업무 관행이나 위계적인 의사결정 방식에 의문을 제기하기 어렵다고 느끼기도 한다. 반면 고연차 교사들은 자신이 쌓아온 경험과 업무 방식을 후배 교사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세대 간 인식 차이를 경험할 수 있다.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조율하기보다 기존 방식과 새로운 요구가 충돌하면 갈등이 반복될 수 있다.

한 저연차 교사는 “업무를 하다 개선이 필요하다고 느껴도 기존에 해오던 방식이라는 이유로 의견을 내기 조심스러울 때가 있다”며 “경험이 많은 선생님들의 조언은 필요하지만, 새로운 의견도 함께 논의할 수 있는 분위기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교사와 관리자 사이에서도 소통 방식은 중요한 문제다. 업무의 배경이나 목적에 대한 충분한 설명 없이 지시가 전달되거나, 구성원이 제시한 다른 의견이 지시에 대한 반발로 받아들여지면 자유로운 의견 교환이 어려워질 수 있다. 직급과 경력에 따른 위계가 강할수록 구성원들이 문제를 제기하기보다 침묵을 선택할 가능성도 커진다.

한 학교 관리자는 “교사마다 업무 경험과 교육관이 다르다 보니 같은 사안을 두고도 생각이 엇갈릴 때가 있다”며 “관리자의 입장에서는 학교 전체의 운영과 구성원 개개인의 의견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만큼, 일방적으로 지시하기보다 충분히 설명하고 서로의 입장을 조율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업무는 함께하지만 서로의 어려움은 몰라

교원과 행정직·교육공무직 사이의 업무 갈등도 학교 현장에서 살펴봐야 할 문제다. 다양한 직종의 구성원이 학교 운영을 위해 협력하지만, 업무의 성격과 책임 범위가 다른 만큼 서로의 역할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면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업무가 몰리는 시기에는 업무 분장과 협조 요청, 책임 소재 등을 둘러싸고 의견이 엇갈릴 수 있다. 사전 협의 없이 업무가 전달되거나 상대방의 업무 부담을 고려하지 못하면 작은 오해가 불만으로 쌓이기도 한다.

한 학교 관계자는 “각자 맡은 업무가 다르다 보니 상대방이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모른 채 협조를 요청하거나, 서로 자신의 업무가 더 급하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며 “특히 갑작스러운 파업 등 단체행동이 발생하면 학교 운영에 차질이 생기고, 그 영향은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사전에 충분히 소통했다면 갈등을 줄일 수 있는 부분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의 한 학교 행정실 모습. 울산교육청 제공
울산의 한 학교 행정실 모습. 울산교육청 제공
# 개인의 인내 넘어 조직 차원 변화 필요

학교 안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는 구성원 개인의 배려뿐 아니라 조직 차원의 변화가 뒷받침돼야 한다. 저연차 교사가 경력과 관계없이 의견을 제시하고, 고연차 교사의 경험도 존중받으며, 직종 간 업무를 조율할 수 있는 소통 구조가 필요하다.

업무를 배분하거나 새로운 사업을 추진할 때는 관련 구성원이 사전에 의견을 나누고 책임 범위를 명확히 해야 한다. 갈등이 발생했을 때도 당사자 간 해결에만 맡기기보다 중립적으로 의견을 조정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관리자 역시 구성원의 의견을 듣는 데 그치지 않고, 제기된 문제가 실제 업무 개선으로 이어지도록 살펴야 한다.

울산시교육청이 추진하는 교육공동체 신뢰 회복 역시 학교 현장의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져야 한다. 제도와 정책을 마련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구성원들이 일상적인 업무 과정에서 존중받고 있다고 느끼는지, 갈등을 겪을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지 살피는 일이다.

학교 안 보이지 않는 장벽은 단기간에 허물기 어렵다. 그러나 경력과 직종, 직급에 관계없이 서로의 입장을 듣고 의견을 조율하는 문화가 자리 잡는다면 변화의 출발점을 만들 수 있다. 교육공동체의 신뢰 회복은 거창한 구호보다 구성원 한 사람의 목소리를 존중하는 데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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