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포통장 대여자 모집 광고. 울산경찰청 제공
대포통장 대여자 모집 광고. 울산경찰청 제공
대포통장을 이용해 도박사이트 자금과 사기 피해금 등 수천억원의 불법자금을 세탁한 조직이 경찰에 적발됐다.

울산경찰청은 대포통장 유통 관련 첩보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범죄수익금 자금세탁 조직과 대포통장 공급 조직의 범행을 밝혀내 조직원 등 157명을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거했다고 4일 밝혔다. 경찰은 이 중 49명을 구속 송치하고, 범죄수익 4억3,000만원 상당을 기소 전 몰수·추징 보전했다.

울산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는 지난해 2월 관련 첩보를 입수한 뒤 수사력을 집중해 자금세탁 전문 조직과 대포통장 공급 조직, 통장 명의자 등으로 이어지는 범행 구조를 밝혀냈다.

대포통장 이용 범죄수익금 세탁조직 범행 흐름도. 울산경찰청 제공
대포통장 이용 범죄수익금 세탁조직 범행 흐름도. 울산경찰청 제공
수사 결과 자금세탁 전문 조직은 범죄자들 사이에서 일명 ‘반가상집’으로 불렸다. 이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지인 등을 통해 조직원을 모집하거나 대포통장 공급 조직으로부터 계좌를 제공받아 불법자금을 세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울산 남구 등에서 오피스텔과 원룸 등을 단기 임차해 24시간 운영하는 이른바 ‘CS팀’ 사무실을 마련했다. 이후 도박사이트 자금과 악성 사기 피해금 등이 대포통장에 입금되면 여러 계좌를 거쳐 다른 계좌로 반복 이체하는 방식으로 자금 흐름을 숨겼다.

이 과정에서 대포통장 260여개를 활용해 2024년 5월부터 올해 8월까지 약 2,700억원을 세탁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직은 세탁 금액의 0.4~1%를 수수료로 받아 수억원대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파악됐다.

조직원들은 20~30대로 서로 가명이나 별명을 사용하고 보안성이 높은 메신저로만 연락하는 등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며 범행을 이어온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조사에서는 대부분 경제적 어려움으로 대포통장을 빌려주고 수수료를 받았다가 불법 자금 이체 등 범행에 깊숙이 가담한 사례도 확인됐다. 실제 무직이던 20대 청년은 지난 1월 대포통장을 빌려주고 250만원을 받은 뒤, 월급 400만원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자금세탁 조직의 CS팀에서 실시간 계좌이체 업무 등을 맡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이들 조직은 대포통장 대여자에게 수수료를 지급하면서 인적사항이 담긴 영상을 촬영하고, 이를 빌미로 경찰에 신고하지 못하도록 압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번 수사에서 자금세탁 조직뿐 아니라 대포통장을 공급한 조직과 통장 명의자까지 추적해 모두 157명을 검거했다. 범죄수익 4억3,000만원 상당에 대해서는 재산 처분을 막기 위한 기소 전 몰수·추징 보전 조치 했다.

박신종 울산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장은 “통장이나 휴대전화 등을 다른 사람에게 양도·대여하는 것은 엄연한 불법이라는 사실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라며 “범죄수익금을 세탁하거나 대포통장을 공급하는 범죄는 끝까지 추적·검거하고, 범죄수익을 철저히 환수해 범행 의지를 차단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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