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 미포만의 백사장 사진, 5만 분의 1 지도와 영국의 ‘스코트 리스고우’조선소에서 빌린 26만t급 초대형 유조선 도면 한 장으로 시작된 울산의 조선 산업. 약 40년 동안 울산 조선산업은 비약적인 성장을 거뒀다. 사진은 현대중공업의 도크 전경. 현대중공업 제공

울산의 조선산업은 1972년을 시작으로 30년여만에 세계 최고의 조선강국으로 이끈 주력산업이며, 노사화합과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으로 세계 경쟁력을 향상시키고 나아가 인류 미래의 발전을 위한 산업이다.
-울산 조선의 날 선언문 중에서

지난 1974년 6월28일 현대중공업은 현대적인 조선소를 갖추고 초대형 원유운반선 애트랜틱 배런과 애트랜틱 배러니스호를 건조해 명명식을 가졌다. 이는 대형선박 건조경험이 없는 상황에서 세계 조선산업 역사상 처음으로 조선소 건설과 선박건조를 동시에 진행한 사례였다. 그 후 약 40년 동안 울산 조선산업은 비약적인 성장을 거뒀다.

영국서 빌린 유조선 도면으로 시작
12년만에 유럽 총 건조량 추월

2009년 세계 금융위기 한때 불황
신규 수주 40%이상 급감하기도

사업모델 다각화 ‘해양개발자’로 확장
IT융합·심해플랜트 기술 육성해야

▲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1월 첫 번째 드릴십(원유 시추설비)인 ‘딥워터 챔피언’호를 인도한 이후 지난 5월말 시추전문회사 로완사와 2척의 계약을 체결하며 올 상반기에 총 50억 달러 규모의 드릴십 9척(옵션 3척 별도)을 수주했다. 사진은 딥워터 챔피언 호. 현대중공업 제공
■울산 그리고 조선산업

울산 미포만의 백사장 사진, 5만 분의 1 지도와 영국의 ‘스코트 리스고우’조선소에서 빌린 26만t급 초대형 유조선 도면 한 장으로 시작된 울산의 조선 산업.

지난 1972년 황무지나 다름없었던 울산 동구 미포만에 대형 조선소가 들어서기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조선 산업은 대한조선 공사가 건조한 1만7,000t급 선박이 최대였고 연간 건조량도 50만 G/T(총톤수)로 세계 점유율의 1%에도 못 미치는 영세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울산에서 시작된 조선 산업은 불과 12년 만에 유럽의 총건조량을 추월했고 지난 2003년부터 2008년까지 수주량, 건조량 및 수주잔량 등 전 부문에서 일본을 넘어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이처럼 눈부신 성장을 거둔 울산 조선 산업은 고용창출과 산업연관 효과가 높은 기간산업으로 자동차, 석유화학과 함께 울산 3대 주력산업 가운데 하나다. 지역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조선소를 갖춘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을 비롯해 약 200여 조선기자재 업체가 자리 잡고 있다.

이들 업체는 지난해 기준으로 4만2,000여명이 관련 업종에 종사하고 있으며 지난해 25조7,504억을 생산했다. 특히 고용측면에서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의 직영인력 외에도 다수의 중소형 협력업체에 의한 고용규모가 커 협회 회원사 기준 전체 고용의 약 30%를 상회하고 있다.

■울산 조선산업의 위기

지난 2003년 이후 5년간 장기호황을 누리던 조선산업도 2009년 하반기 이후 신규조선 발주량이 40%이상 급감하는 등 불황국면으로 진입했다. 이는 세계 경기 침체로 글로벌 물동량이 줄면서 해운경기가 급락하고 지난해를 정점으로 선박의 교체수요도 대부분 마감 됐기 때문이다.

세계 조선산업의 침체가 계속되면서 지역 중소 조선업체 뿐만 아니라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도 발주 취소, 인도 연기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협력업체들도 조선소의 납품단가 인하 및 결제대금 지연 등으로 운영자금 부족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여기에 중앙정부의 파격적인 지원과 싼 인건비를 앞세운 중국의 추격도 매섭다. 지난 2009년 신규 수주량과 수주잔량에서 1위를 내줬고, 지난해 건조량까지 추월당했다. 조선업계에서는 “이제 중국과의 양적대결은 승산이 없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또 지역 조선업체들은 만성적인 생산부지 부족현상을 겪고 있다. 지역 중소 조선해양기업의 영세성으로 인해 기자재산업이 취약하다는 지적도 있다. 다른 지역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3D 작업 기피 현상으로 인해 현재 용접, 도장 등과 관련된 기능인력 수급에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조선업계 관계자는 “울산 지역 중소 조선해양기자재업체들은 대부분 영세하고 재정, 기술, 인력, 정보 등의 모기업에 대한 높은 의존으로 인해 독자적인 기술개발 역량이 부족하다”며 “지역 중소업체들도 연구개발 활동의 투자위험과 전문인력의 확보가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토중래 비결 ‘기술력’

지난 2008년 이후 ‘와신상담’하던 국내 조선업계가 반격에 나섰다. 올 1분기 동안 해양플랜트를 비롯한 고부가가치선의 발주가 이어지면서 중국에 내줬던 ‘수주량 세계1위’ 탈환에 성공했다. 수주량 1위 탈환의 원동력은 바로 ‘기술력’이었다. 시추선, 해양플랜트, 초대형 컨테이너선 등 고부가선 시장에서는 국내 조선업계가 독보적인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현대중공업의 공격적인 수주도 한 몫 담당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1월 첫 번째 드릴십(원유 시추설비)인 ‘딥워터 챔피언’호를 인도한 이후 지난 5월말 시추전문회사 로완사와 2척의 계약을 체결하며 올 상반기에 총 50억 달러 규모의 드릴십 9척(옵션 3척 별도)을 수주했다. 이는 올해 세계 조선업체 중 가장 많은 드릴십 수주 실적을 거둔 것이다.

또 지난 6월에는 노르웨이의 회그 LNG사로부터 바다 위 LNG 공급기지인 ‘LNG-FSRU(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저장·재기화 설비)’ 2척에 대한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 이와함께 올해 부유식 원유생산저장시설(FPSO),LNG운반선,초대형 컨테이너선 등 71척(현대삼호중공업 포함)을 수주했다. 금액으로는 154억달러로 현대중공업의 올해 연간 목표액인 198억달러의 75%에 이르는 규모다.

현대미포조선은 지난 1월 ‘칼렛타’호를 비롯한 10척을 시작으로, 올 한 해 동안 모두 86척(PC선 25척, LPG운반선 2척,  PCTC 5척, RO-RO 2척, CON-RO 2척, 컨테이너운반선 2척, 아스팔트운반선 4척, 벌크선 44척)을 인도할 계획이다.

■주도권 강화 방안

지역 조선업계가 글로벌 조선산업의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사업모델을 다각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를 통해 조선산업의 개념을 ‘선박건조자’에서 ‘해양개발자’로 확장함으로써 사업영역과 방식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한다는 것이다. 울산은 국내 다른 지역에 비해 해양구조물 등 해양플랜트 건조 경험이 풍부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고 있어, 해양플렌트 분야의 높은 경쟁력은 향후 조선경기 침체기를 헤쳐나갈수 있는 버팀목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울산대학교 조선해양학과 관계자는 “해양 공간 이용과 해저자원개발 및 해양에너지 활용 증가에 따른 해양플랜트·해양구조물 및 해양구조물관련 시장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며 “해양구조물에 투입되는 기자재들은 선박에 비해 고가이고 보다 높은 부가가치를 취득할 수 있으므로 핵심 기자재를 지역에서 생산할 수 있도록 연구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동남광역경제권 선도산업지원단의 정 인 박사는 “조선해양산업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현재 세계 1위인 설계·건조기술 외에도 IT 융합, 심해 플랜트 등 다양한 관련 분야의 기술을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협력업체들도 대기업의 풍력, 에너지설비 등의 다각화에 맞춰 적절한 대응 전환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 시각

▲ 윤범상 교수

바다에너지 시장 선점

통계청자료에 의하면, 2010년 우리나라의 총 수출액은 약 5,000억달러, 그 중 선박이 약 600억달러로서 12%를 차지한다.  단일품목으로 볼 때 반도체, 석유화학제품, 자동차 등을 멀리 따돌리고 1위 자리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600억달러라면, 100만 명이 1인당 6,000만원어치씩을 만들어 판 셈이다.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나라 경제체제의 특성을 고려할 때, 조선산업은 수십 년 째 국가경제를 이끌어왔을 뿐 아니라, 다양한 협력산업을 이끄는 장치산업으로서 수많은 고용을 창출하고 있는 효자산업이다.

40년 전 그 못살던 시절, 대량고용과 함께 여러 산업의 발전을 동시에 이루어야 하는 절박성, 북쪽은 막혀있고, 나머지 삼면은 바다요, 자원은 거의 전무한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특성 등을 모두 고려해 조선산업을 우리 민족의 먹거리산업으로 정한 박정희 전대통령과 정주영 명예회장의 혜안이 놀랍다. 1972년 조선황무지시절에 선포된 ‘조선입국(造船立國)’, 그로부터 30년 후인 2002년, 우리나라는 세계최고, 최대의 조선기술력을 보유한, ‘조선대국(造船大國)’으로 성장해다.

그런데 이렇듯 후진국에서 중진국을 거쳐 선진국문턱에 이르기까지 핵심역할을 한 조선산업이 최근 안팎으로부터 거센 위협을 받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조선산업은 또 다른 절호의 기회를 맞이하고 있기도 하다. 그 위협과 기회의 실체는 무엇인지 살펴보자.

먼저 밖으로부터의 위협은 다름아닌 중국의 추격이다. 값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시작한 그들의 도전은 정부의 특별금융지원, 거대한 내수시장 등에 힘입어 생산성과 설계능력도 괄목할만한 발전을 이루었다. 이제 몇몇 고부가가치 선박과 해양구조물을 제외한 조선분야 전반에 걸쳐 우리를 위협하는 존재가 되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더욱 큰 위협요인은 내부에 있어 보인다. 그것은 다름아닌 조선산업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 기인한다.

‘조선산업은 노동집약적 굴뚝산업이요, 첨단시대에 맞지 않으니 산업구조개편차원에서 점차적으로 줄여가야 한다. 일본도 그랬다.’ 라는 인식이 바로 그것이다. 그렇다.  세계조선을 영국이 지배했던 100년간, 이어서 일본이 지배했던 50년간, 즉 1990년대 까지는 맞는 논리였다. 이제 조선산업은 선진국들 조차 덤벼들기 힘든 첨단기술융합산업이 됐다. 미래산업발전과 인력양성 정책 수립을 위해서 조선산업에 대해 이렇듯 올바른 인식이 필요하다.

현재 조선시장의 수십 배에 달하는 바다에너지시장, 바다환경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국내 조선산업은 이미 출항준비를 맞췄다. 조선산업의 미래는 여기에 달려있으며, 이를 통해 머지않아 ‘조선해양왕국(造船海洋王國)’을 이룰 것으로 믿는다. 바다는 점점 더 넓어지고 있다.

윤 범 상 / 울산대 조선해양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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