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도 사람들은 고되게 일했을 때 ‘새(혀)빠지게 일했다’고 한다. 또 혹사당해 움직이지 못할 때는  ‘새(혀)가 빠질 지경’이라고 말한다. 이를 미루어 고통의 극치가 혀 빠지는 상태임을 알 수 있다.

‘세 치의 혀’는, 아니 ‘세 치보다 약간 짧은’ 혀는 많은 예술가들을 울린다. 혀와 관계없을 법한 악기 연주자에게도 ‘짧은 혀’는 고민거리다. 관악기는 혀를 자유롭게 뗐다 붙였다 하면서 소리를 내는 ‘텅잉(Ton uing)’ 기술이 핵심인데 혀가 짧으면 혀의 움직임이 느려 빠른 소리를 낼때 힘들다. 이 때문에 혀 짧은 연주자 중에는 혀 밑의 힘줄을 끊어 혀를 자유롭게 하는 수술을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짧은 혀’ 때문에 가장 괴로운 것은 연극배우다. “둑(죽)느냐 따(사)느냐, 그거디(그것이) 문데로다(문제로다).” 연극배우의 생명은 정확한 발음과 대사전달력이다. 혀 짧은 배우들은 주요배역을 맡기 어렵고 세익스피어 같은 정통 고전극을 연기하기는 더 힘들다.

혀 짧은 소리는 어릴 때 교정해야 고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철부지 영어교육의 광풍이 불고있는 우리나라에서 다섯살 이전의 어린이들 혓바닥을 잡아 늘이는 수술이 유행하고 있다고 미국 신문이 서울발 기사로 보도해 충격을 준 일도 있었다. 혀 짧은 악기연주자처럼 혓바닥과 구강 바닥을 잇는 설소대(舌小帶)라는 작은 힘줄을 자르면 혀가 좀 길어지고, 길어지면 한국인 영어의 고질인 ‘R’과 ‘L’ 발음이 정확하게 된다는 것이다.

최근 한 영국 소녀가 한국어를 정확히 구사하기 위해 혀의 길이를 1㎝ 늘이는 수술을 해 화제가 됐다. 영국 노팅엄에 사는 리안논이라는 19세 소녀는 2년 정도 한국어를 배웠지만 ‘ㄹ’ 등 소리내기 힘든 발음이 수술 후 훨씬 좋아졌다고 영국 일간 데일리 메일이 보도했다. 이 영국소녀가 혀 수술까지 하면서 한국어에 집착한 것은 K팝을 비롯한 한국문화에 흠뻑 빠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조금만 낮은 것 뿐 아니라 혓바닥이 조금만 짧았어도 세상은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그가 로마의 영웅들을 사로잡았던 것은 미모가 아니라 능수능란한 언변 때문이며 외국어에 능통했기 때문이었다. 언변 좋은 것을 서양사람들은 ‘혀가 길다’고 했으니 혀 늘이기는 예사롭지가 않다.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