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지역 곳곳에 설치된 보강토 옹벽이 위태롭다. 흙다짐이 안전성의 근간인 공법인만큼, 빗물에 의한 지표수나 지하수에 특히 취약하지만, 공사비가 절감된다는 장점 때문에 무분별하게 시공되고 있다. 울산외고 옹벽 붕괴사건에서 볼 수 있듯, 보강토 옹벽의 잘못된 시공은 자칫 큰 재앙을 불러 올 수 있다. 때문에 건설 전문가들은 보강토 옹벽의 확산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편집자 주>
최근 몇 년 사이 울산지역에서 ‘보강토 옹벽’ 시공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보강토 옹벽은 옹벽 전면부를 구성하는 보강블록과 강보강재를 결속시켜서 옹벽을 축조하는 방식이다. 몇몇 국내 시공 업체가 특허기술을 내고, 국산 자재를 사용해 경제성을 갖춘 보강토 옹벽은 기존에 만들어진 공장제품인 ‘그리드(블럭)’ 안에 흙을 채워 다지는 방식으로 공사가 진행돼 공기를 단축할 수 있다.
기존 콘크리트(아치형) 옹벽이 구조적으로는 안전성이 뛰어나지만, 공사비가 많이 드는데다 공사에 필요한 부지도 상대적으로 넓기 때문에 보강토 옹벽이 대체 공법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하지만, 보강토 옹벽은 근본적으로 흙 다짐이 안전성의 골격을 이루고 있어 빗물에 의한 지표수나 지하수 등 수분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문제는 이 같은 보강토 옹벽의 단점을 무시한 채 무분별하게 시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09년 12월 완공한 ‘모듈화 산단’의 옹벽은 이 때문에 위험성에 대한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 산단을 떠받치고 있는 보강토 옹벽은 지난해 3월 일부 구간의 석축 하부 부분이 빗물에 밀려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높이 4m, 길이 50m 안팎이 무너져 내렸다.
현재도 일부 구간의 옹벽과 석축 곳곳에는 균열이 생겼고, 빗물에 의해 토사가 밀려 벽이 불룩해진(배부름 현상) 흔적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시공업체는 옹벽을 구성하는 블록 사이사이에 발생한 틈새를 임시로 메워 놓았다.
옹벽의 붕괴 위험성은 입주 업체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이 산단에 입주해 있는 한 업체는 증축을 계획하던 중 ‘옹벽 위로 공장을 지을 경우 압력에 의한 붕괴 위험이 있으니 옹벽에서 6m 이격해야 한다’는 황당한 사실을 알았다. 이 문제는 현재 울산시와 산단 시공업체, 다른 입주 업체가 책임을 서로 떠넘기고 있는 상황이다.
학교 건물을 떠받치고 있던 보강토가 완전히 쓸려 옹벽이 무너져 내린 울산외고의 경우에도 보강토 옹벽의 시공이 일차적인 문제로 지적된 바 있다.
안전진단 결과, 공법 자체가 안전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입증됐지만, 교육청 등은 보강토 옹벽의 시공 선정 과정을 끝내 밝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사건을 종합해 보면, 보강토 옹벽이 빗물이나 지하수에 특히 취약하다는 점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모듈화 산단의 경우, 빗물에 의한 지표수가 보강토에 스며들 수밖에 없는 구조이며, 외고는 보강토의 다짐을 위협하는 요소로 지하수가 지목됐다.
설계 당시 보강토 옹벽을 선정했다가, 안전상 문제가 제기되는 바람에 콘크리트 옹벽으로 시공법을 바꾼 사례도 있다.
준공을 앞두고 있는 울산 하늘공원 공사 현장에서는 지난 2009년 10월 당초 설계된 보강토 옹벽이 수분에 취약하다는 문제를 발견하고 이듬해 6월 시공 방법을 콘크리트 아치형 옹벽으로 전면 수정한 바 있다.
공사를 담당하고 있는 S건설 관계자는 “보강토 옹벽의 경우, 옹벽의 상층 부분이 콘크리트나 아스콘 등으로 덮일 수 있는 도로 부분에나 시공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흙다짐을 아무리 철저하게 한다고 하더라도, 빗물이 스며들면 보강토가 수분을 머금기 때문에 결국에는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생긴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