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산으로 올라갈 때 오빠 동생 하더니 / 뒷산으로 내려올 때 여보-당신 하더라.’ ‘쾌지나 칭칭나네’라는 우리 속요에 산중정사(山中情事)를 읊은 대목이다. 뒷산으로 내려올 때 부르고 대꾸한 여보 당신은 앞산으로 올라갈 때 오빠 동생보다 훨씬 더 다정다감하게 들린다. 이렇게 애간장을 녹이는 다정호칭도 ‘여봇!’이라거나 ‘당신!’이라고 엑센트를 넣어 짧게 잘라 부르면 모멸감이나 불쾌감을 야기시키는 것이 여보- 당신이다.
“아내라는 말은 집안에 갇혀 사는안팎 개념에서 비롯된 남성에 의한 여성압박시대의 산물이다.” 일제때 백남운(白南雲)의 『조선 경제사』에 실린 얘기다. 또 계집·기집·지집은 아들 딸 낳는 씨집, 즉 콩깍지처럼 씨를 품는 깍지란 뜻에서 비롯됐다고 했으며 ‘마누라’는 마주 바라보고 눕는다 하여 마누라 라는 말이 생겼다고 했다.

하지만 남성은 태어나는 순간첫 품이 간호사이듯 여성에게 지배를 받는다. 유아기는 어머니에게, 유년기는 보육원이나 유치원 보모에게 지배받고 자란다. 학교에 가면 대부분이 여선생님이다.
결혼 전 데이트를 할 때도 시간이나 장소나 음식 선택권은 여자 쪽이 우선이다. 결혼 후 성생활이나 아이를 갖고 안갖고, 또 언제 갖느냐의 결정권은 아내에게 있다. 경제적으로나 소비생활에서도 남편은 아내의 눈치를 살피며 돈을 벌어다 바친다. 이를 마미이즘(엄마주의)의 지배라고 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양승태 대법원장)가 남편이 아내를 칼로 위협해 강제로 성관계를 가진 사건의 강간죄 처벌을 놓고 공개변론을 가졌다. 이 재판은 시작부터 팽팽하게 부딪혔다. “혼인은 양성평등을 기초로 성립돼야 한다는 헌법정신은 형법에서도 실현돼야 한다”(검사) “형벌이 부부 침실에 들어가 시시비비를 가려야 한다고 볼 수 없다”(변호사). 대법원 은 재판관들이 몇차례 더 의견을 나눈 뒤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

영국과 미국·독일·프랑스 등 서구 국가에서는 이미 부부 강간죄를 인정하고 있다. 유엔은 지난 1999년 남편의 아내 강간을 범죄로 인정하지 않는 우리 법원에 우려를 표시한 적이 있다. 여보-당신도 엑센트에 따라 다르다. 여보-당신의 신뢰 회복이 급선무가 아닌가.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