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처님의 제자 중 ‘쭐라반타가'는 너무나 기억력이 약하고 아둔해서 “삼업을 짓지 말고, 유정을 해치지 말며, 정념으로 공을 보면 무익한 고를 면하리라.”라는 말을 주변의 어린 아이들 다 외웠는데도 불구하고 진작 본인은 외우지 못하자 부처님을 찾아가 “저는 너무나 어리석어 도저히 부처님의 제자가 될 수 없습니다”라고 하소연했다고 한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자기가 어리석다고 아는 사람은 참으로 어리석은 사람이 아니다”라고 하시고, 깨끗한 천을 하나 주며 마루를 열심히 닦으라고 시켰는데 그 존자는 부처님 말씀에 따라 열심히 걸레질을 하다가 걸레가 점점 더러워지는 것을 보고 ‘조건 지어진 것은 모두가 변한다.’라는 무상의 도리를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반면, 머리가 총명해 빠른 깨달음을 얻기도 하지만 머리가 똑똑하여 지식을 많이 쌓아두고, 그 지식에 얽매여 있는 사람은 불법을 깨치기가 대단히 어려운 경우도 많아 총명함보다 수행의 자세가 더 중요함을 알 수 있다.
한 시대를 풍자하며 평범하지도 않게 살았지만 속세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무언가 큰 메시지를 남겨두고 떠난 ‘걸레스님'이라 불려온 예술인 중광이 있었다. ‘나는 걸레다.’ 내 생활의 전부가 똥이요, 사기다.’라고 외치며 파격으로 일관했던 자유인 중광스님은 순수한 영혼의 소유자로 자신의 끼와 열정을 오직 그림에 불살랐으며 그의 독특한 그림은 아이처럼 자유롭고 천진난만하다.
그는 항상 걸레 같은 누더기 옷을 입고 다니며 세상에 가득한 속기나 때를 훔쳐내는 걸레처럼 살고자했다. 남의 죄업을 대신하는 대속효과로 그들의 삶을 긍정케 해주는 그를 사람들은 ‘미친 스님’이라고 부르면서도 그와 그의 작품을 통해 위안을 받았다. 걸레스님은 열등감과 부족감에 찌들어 사는 보통사람들에게 한결 못나고 이상한 삶으로 그들을 안도케 한 것이다. 못난 사람 중의 못난 사람이라는 뜻의 `걸레'를 자신의 별명으로 흔쾌히 받아들인 이유도 그 때문이다.
1998년에는 세제 CF에 출연해 받은 모델료 5천만원 전액을 중병을 앓고 있는 지인의 치료비로 쾌적했고, 2000년에는 마지막 작품전 수익금 3천만원을 불우이웃과 나누는 등 세상을 아름답게 닦아내고 표현해 내는 걸레 같은 삶을 살다가 “괜히 왔다 간다”는 말을 남기고 68세의 생을 마감한 이 시대의 참 스승이었다. 또한, 걸레 같은 누더기 옷 한 벌로 평생을 사신 성철스님도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라는 깨우침을 주셨고 예수님은 “외식자들아! 너희는 그릇의 겉만 닦지 말고, 그릇 안을 깨끗이 닦을지어다”라며 걸레가 실천하는 삶의 가치를 알려주었다.
‘걸레는 빨아도 걸레’라며 나쁜 사람은 어쩔 수 없다고 사람을 비하 하거나 인신공격 발언을 하는 사람에게 ‘입에 걸레 물었나?’라고 하며 양심이 깨끗하지 못한 사람이나 행동이 바르지 못한 사람을 ‘걸레’라고 칭하며 걸레의 진정한 가치를 비하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걸레의 겉모습이 누더기 옷을 입은 사람을 대하듯 사람들의 눈에 하찮게 보일지 몰라도 걸레는 없어서는 안 되는 가장 중요한 물건이며 더러운 것, 냄새나는 것, 지저분한 것을 깨끗하고 윤기 나게 만들어 준다. 이 세상에 걸레가 없다면 음식점이나 백화점은 쓰레기장이 될 것이고 마루나 부엌은 먼지와 벌레 썩는 냄새로 더러워져 사용하기가 어려워질 것이다.
걸레는 남을 위해 스스로 희생한다. 이 사회에 걸레 같은 사람이 없으면 더럽고 무질서하고 살벌하게 될 것인데 다행히 이 세상에는 남을 위해 묵묵히 희생하고 봉사하면서 아무 대가도 바라지 않고 몸을 바치는 이들이 있기에 이만큼이라도 서로 믿고 사는 세상에서 살 수 있는 것이다. 거룩한 걸레의 삶을 ‘마더 데레사’는 “사랑이라는 옷감은 먼지를 묻힙니다. 사랑은 거리와 골목에 있는 얼룩을 닦아냅니다. 사랑은 마땅히 그렇게 해야 합니다”라며 사랑은 걸레와 같다고 말한다.
가정과 이웃과 사회에 눈물을 흘리는 사람은 없는지, 버림받았거나 사랑받지 못해 상처를 키우고 있는 사람은 없는지, 빵 한 조각뿐 아니라 사랑에 굶주린 사람은 없는지 눈을 크게 뜨고 살펴보고 가까이 다가가서 그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그들의 몸과 마음에 묻은 얼룩을 씻어주고, 상처를 싸매어 주는 거룩한 걸레의 삶은 얼마나 위대한가!
걸레는 자신의 희생을 통해 더럽힌 공간을 정결한 공간으로 변화시키고 아무도 나서지 않는, 가장 구석진 혹은 더러운 곳에 선뜻 몸을 던져 쓸모없는 공간을 새롭고 쓸모 있는 공간으로 변화시키며 비록 자신의 모습은 겉보기에 초라하고 쓸쓸할지라도 자신의 맡은바 임무에 최선을 다하며 우리의 삶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이렇게 걸레는 초라한 겉모습과 달리 아름답고 위대한 내면의 모습을 갖출 수 있는 것이다.
걸레의 삶은 위대하다. 나도 그 걸레와 같은 삶을 배울 수 있기를 소망한다. 내가 더 빛나고 높임을 받는 것보다는 먼저 낮아져서 어두운 곳을 밝히고 더러운 때를 벗겨내며 이 땅을 변화시키는 삶을 살기를, 나는 감히 소망한다. 그래서 요즘 매일 아침 걸레를 들고 학교 현관을 걸레 청소하며 걸레의 행보를 따라 걸레의 실천 삶을 보고 배운다. 청소는 더러움을 털어내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닦는 것이다. 나의 마음이 청소를 통해 좀 더 성숙해지고 깨끗해지고 싶다.
